올해 신용카드업계의 지각 변동이 예고하고 있다. 그 동안 카드업계는‘카드대란’이후 외형위주의 과당경쟁을 경계해 왔으나 올 들어 KB카드 분사를 비롯해 하나금융지주 계열사인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 KT의 비씨카드 지분 인수 등으로 그 어때 보다 치열한 시장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카드사 현금대출과 회원 유치 경쟁이 점점 과열되고 있어 금리 상승기와 경기 침체기를 거칠 경우 수년 안에 카드발 가계버블 사태를 초래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전운 감도는 카드업계 = 그 동안 카드업계는‘카드대란’이후 외형위주의 과당 경쟁을 자제해 왔으나 올해는 지난해 부터 이어진 경쟁의 강도를 더 높일 전망이다.
카드업계는 현재 신한카드의 독주에 KB·삼성·현대가 경쟁하는‘1강 3중’의 구도다. 하지만 삼성카드와 현대카드는 당장 오는 3월 KB국민은행에서 분사하는 KB카드와 2위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KB카드와 삼성카드, 현대카드는 모두 10%대의 시장점유율을 나타내고 있어 언제라도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또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지주에 인수 될 경우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가 통합될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에 농협·우리·외환 등도 카드사업 분사를 검토중이다. 산업은행과 우정사업본부도 카드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올해 카드시장이 재편되면서 치열한 경쟁은 피할 수 없다”며“가장 긴장해야 하는 한 해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 과열되는 마케팅 전략 = 카드시장 재편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카드사들의 공격적 마케팅이다. 치열한 경쟁구도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있지만 시장 일각에선‘카드대란’ 당시가 떠오를 정도로 위험한 경쟁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한카드는 새해 경영목표로‘1등 카드사의 지위 강화와 글로벌 리딩카드사로의 도약’으로 내걸었다. 올해 카드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고 스마트 플레이, 소프트 경쟁력, 그룹사간 시너지 를 강화할 방침이다. 신규 수익원 확보를 위해 금융, 통신, 유통의 융합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삼성카드는 올해 경영방침을‘창의와 혁신을 통한 새로운 도약’으로 정하고 △차별적 서비스 △미래성장기반 구축 △경영 인프라 활용 극대화 △창의와 열정의 조직문화 확산 등‘4대 집중추진 전략’을 수립했다.
현대카드는‘젊은 조직’이라는 강점을 내세워‘스피드경영’에 돌입할 태세다. 정태영 사장은 “회사 규모가 커졌다고 조직의 스피드가 줄어들면 안 된다"면서 "올해 모든 의사결정과 실행은 스피드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후발주자인 롯데카드도 올해 목표를 ‘취급액 40조원, 회원 수 1100만명’으로 잡았고, 하나SK카드는 100만명의 신규회원 확보와 시장점유율 7%대 진입, 흑자원년 달성 등을 내걸었다.
카드사 한 임원은“분사나 합병을 하는 회사들은 실적과 수익률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실적을 높이기 위해선 고객을 더 많이 빼앗아 와야 하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선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등 현금대출 서비스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제2 카드대란 올수도= 이처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카드와 관련한 각종 지표는‘과열 신호’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경제활동인구 한 명당 카드 수는 평균 4.6장으로, 카드대란 직전인 2002년 4.57장을 넘어서며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신용카드 모집인도 5만명을 넘어서 한 해 전보다 40% 이상 늘었다. 신용카드 모집인 수가 크게 증가하면서 불법 영업행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는 카드사들이 과당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6개 전업계 카드사의 지난해 1~9월 순이익은 1조4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보다 4.7% 줄었지만, 회원모집과 마케팅에 쓴 비용은 4조7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12.4% 증가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신용카드 4사의 마케팅 비용은 전년대비 24.6% 증가했다”며“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고수익성의 카드론 취급 경쟁이 모든 카드사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금서비스 및 카드론과 같은 현금대출 영업을 강화하면서 카드빚이 급증했다. 카드사들의 카드론 대출 잔액은 2010년 상반기에만 13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2009년 한해 동안의 대출 잔액(11조4000억원)보다도 훨씬 넘어선 규모다. 이런 추세라면 지난해 카드론을 통해 무려 20조원이 대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리볼빙을 통한 현금대출도 2007년 3조500억원에서 2008년 4조9900억원, 2009년 5조700억원으로 늘어나다가 지난해 상반기에는 5조1800억원으로 불어났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몇 년 안에 제2의 카드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그럼에도 카드사들은 카드대란 때와는 달리 연체율이 안정적이어서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전업계 카드사의 지난해 9월 말 연체율은 1.83%다.
이에 대해 이재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위기 이후 고용 악화로 소득이 줄고 실직자가 늘어나면서 카드론 등 카드대출 사용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금리마저 오르면 가계 부채상환 부담이 커져 카드 연체율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