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기름값 들여다보니...

입력 2011-01-14 10:52 수정 2011-01-14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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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가 절반 차지하는데, 정부 "세수감소 할까" 모른 체

"기름값이 적정한 수준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3일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한 이 말 한마디에 정유사들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사실상 정부가 정유사에 기름값을 내리라는 압박을 가한 것인 셈이다.

▲국제 유가 추이(WTI기준)
그러나 현재 가격 구조로는 내릴 여력이 없다는 점에서 정유사들은 꿀먹은 벙어리가 됐다. 오히려 정부가 자신들에게 책임을 전가했다는 서운한 표정을 짓고 있다. 휘발유 가격을 책정하는 구조를 살펴보면 이들의 불만을 이해할 수 있다.

휘발유의 국내 가격 구조는 유류세 50%, 정유사의 세전 공급가격 44%, 유통 및 주유소 이윤(마진) 6%로 형성된다.

정부가 기름값의 절반을 차지하는 유류세를 내리지 않는 한 정유사나 주유소가 이윤을 줄여야만 가격을 내릴 수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얘기다.

국내 정유사들의 매출 규모는 수조∼수십조원에 달하지만 정유부문 만을 놓고 보면 사정은 다르다.

지난해 3분기까지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의 정유부문 누적매출은 63조3800여억원, 영업이익은 96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1.5%다. 지난해 LG화학의 석유화학 부문 영업이익률 15%에 비하면 무려 10배나 낮은 수치다. 2000년, 2001년, 2008년엔 적자였다.

정유사 한 관계자는 "정유사들의 정유사업 부문 영업이익률은 1~2%에 불과하다"며 "주로 수익은 수출을 통해 얻고 국내 주유소에 공급해봐야 수익이 ℓ당 10원 안팎"이라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이명박 대통령의 "2008년 유가가 140달러, 휘발유 소매가 2000원이었을 때에 비해 지금은 유가도, 환율도 낮으니까 휘발유 가격이 당시에 비해 더 싸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실과는 동떨어진 얘기라며 속을 태우고 있다.

정유업계는 지난 2008년 3월부터 10월까지 휘발유와 경유를 기준으로 유류세는 ℓ당 737.26원. 현재는 820.48원이다. 당시(2008년)보다 83.22원 세금이 올랐고 관세도 1%에서 3%로 2%포인트나 올랐다. 원달러 환율도 당시보다 현재 100원 이상 높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 상승으로 원유를 사오는 가격이 비싸졌고 유류세와 유류관세 인상분 등을 감안하면 정유사가 부당이익을 취한다는 얘기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주유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주유소 업계 한 관계자는 "월매출에서 유통비, 인건비, 임대료, 공공요금, 카드 수수료 등을 빼면 실제 손에 쥐는 돈은 월 200만원도 되지 않는 곳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이라고 볼멘 소리를 했다.

정부는 비싼 휘발유값의 원인을 정유사와 주유소에 떠넘긴 채 유류세를 인하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 보인다. 손쉽게 걷을 수 있는 유류세를 인하할 경우 세수 감소로 인해 각종 국책사업을 벌인 정부의 재정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기름값이 상승이 지속되면서 정유사에 대한 비판 여론도 커지자 정유사들은 지난주 세전 공급가격을 전주보다 휘발유는 ℓ15.9원, 경유는 22.2원 내렸다. 정유사가 공급가격을 내린 것은 4주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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