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드라마 속 백화점 사장들은 자사의 주가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백화점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무대로 삼는 등 적극적으로 변모했다.
시청률 30%를 넘나들며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주인공은 로엘백화점 사장 현빈(김주원 역)이다. 실제 롯데백화점 청량리점이 무대인 이 드라마는 백화점 사장과 스턴트우먼 하지원(길라임 역)의 로맨틱한 사랑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드라마 속에서 백화점 CEO의 이미지는 단순히 주인공의 직업으로 나오는 것 뿐 아니라 임원회의 장면을 통해 백화점 세일, 신사업구상 등이 세밀하게 묘사된다.
실례로 김주원 사장은 백화점 세일기간을 앞둔 임원회의에서 소형 자동차를 1등 상품으로 내걸고 경품행사를 진행하겠다는 보고에 백화점 고객들이 겨우 소형차를 타려고 백화점에 오겠냐며 크루즈유람선과 유명배우와의 데이트를 1등 상품으로 할 것을 결정한다.
또 백화점 CEO로 드라마의 흐름과는 상관없이 백화점의 주가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주주총회를 걱정하기도 한다. 특히 김 사장은 오너 3세로 등장해 실제 오너 3세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도 이미지가 겹친다.
반면 같은 백화점 CEO지만 전혀 다른 이미지로도 등장한다. MBC 주말드라마 ‘욕망의 불꽃’에서 대기업의 며느리로 나오는 신은경(윤나영 역)은 이 대기업 계열사의 백화점 사장으로 나온다. 드라마의 실제 배경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다.
이 드라마에서 백화점 CEO는 드라마 제목처럼 욕망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윤나영 사장은 철공소집 딸에서 일약 백화점 CEO의 자리까지 이르면서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는 인물로 그려지고 결국 대기업 후계자까지 넘보게 된다.
재밌는 것은 두 드라마에서 모두 백화점 모델이 드라마의 또 다른 주인공들이 맡고 있다는 점이다. 시크릿 가든에서는 인기가수 윤상현(오스카 역), 욕망의 불꽃에서는 유명배우 서우(백인기 역)는 각각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드라마 속 백화점의 대표 모델로 나오기도 한다. 특히 오스카는 최근의 트렌드를 반영하듯 한류스타로 일본 등의 해외고객을 유치하는 홍보모델로 낙점을 받는다.
드라마에서 백화점 CEO들이 잇따라 등장하는 것은 백화점이 현대 소비사회의 총아로 떠오르면서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나 기업형슈퍼마켓(SSM) 등이 지역상권과의 갈등을 겪으며 사업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백화점은 올해도 10%가 넘는 성장이 예상되는 등 확장일로에 있다.
신세계 유통연구소는 백화점이 주요 구매층의 ‘소비트렌드’를 주도하면서 복합화, 대형화를 통해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또 대기업 총수보다는 백화점 사장의 이미지가 시청자들과의 간격도 좁혀주는 효과를 본다. 대기업 총수는 구중궁궐 속 보이지 않는 곳에 있지만 백화점 CEO는 한결 우리 곁에 있다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