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정환(75) 한국프로축구연맹 회장이 임기를 1년 남겨두고 물러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곽정환 회장은 14일 오후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 5층 회의실에서 치러진 2011년 제1차 이사회에서 16명의 이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곽 회장은 “지난 2005년 프로연맹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만 6년의 세월을 한국프로축구와 함께한 것은 영광이었다”며 “그러나 세월은 흘렀고 이제 한국프로축구는 또 다른 변화와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오랜 고민 끝에 지금이 물러나야 할 적기라고 판단했다. 역량과 열정이 있는 새로운 분이 변화의 한 가운데 선 프로축구를 이끌어야 할 시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30여 분 동안 이사회를 진행한 곽 회장은 의사봉을 김정남 부회장에게 넘기고 자리를 떠났다.
자진 사퇴의 형식을 취했지만 사실상 이사회의 사퇴 압력에 따른 불명예 퇴진이다.
지난 2005년 1월 제6대 프로연맹 회장에 취임한 이후 지난 2009년 세 번째 연임에 성공한 곽 회장은 2009년 K-리그 정규리그에 메인스폰서를 구하지 못하면서 지도력이 흔들렸다.
게다가 컵대회 스폰서마저 제대로 영입하지 못하자 피스컵축구대회조직위원회를 타이틀 스폰서로 내세워 ‘땜질 스폰서’라는 눈총을 받았다.
작년에는 성남 일화 구단주에서 물러나면서 위상이 더 떨어진 곽 회장은 K리그 경기가 TV중계 화면에서 사라지고 관중이 급감하는 등 위기에 제때 대처하지 못한다는 비난에 시달렸다.
시즌 중반부터 구단 대표인 이사들 사이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이 공개적으로 표출되던 와중에 지난 연말 구단 배당금마저 나눠주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더는 자리를 지킬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연맹 이사회는 회장추대위원회를 구성해 차기 회장 선임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