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신인맥 뜬다] 내부 발탁 은행장 전성시대

입력 2011-01-18 11:17 수정 2011-01-18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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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조준희·신한 서진원 등 조직 안정·화합 차원서 선임

은행권에서 ‘OO출신’이 인맥을 형성해 하나의 힘으로 작용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윤용로 전 기업은행장과 같이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원회 고위 공무원 출신들이 현직에서 쌓은 전문 지식과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활약했다.

하지만 올해 은행권 인사에서는 이 같은 모습을 보기 어렵게 됐다. 조준희 기업은행장, 서진원 신한은행장 등 ‘내부 출신’인사들의 전성시대를 맞았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신한금융지주 경영진 동반사퇴,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기업은행 지주사 전환 및 민영화 등 은행권 현안으로 흔들렸던 조직을 추스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진원 신한은행장은 ‘신한 사태’로 흔들린 조직은 안정시키는 중책을 맡았다. 세대 교체나 쇄신보다는 조직 안정과 화합에 무게를 실은 인사인 것이다. 1951년생으로 다른 시중은행장들보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것도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조직내 갈등을 봉합할 적임자로 꼽혔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신한은행 내에선 차기 행장 선임을 둘러싸고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개입설이 끊이질 않았고 재일동포 사외이사들과 신한은행 노조도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신한은행 고위 관계자는 “새 행장은 조직의 화합과 안정을 다지는 것이 최우선 과제 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해 초 단행된 부행장 인사 역시 ‘조직 안정’이란 키워드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권점주 신한생명 사장과 김형진 신한데이터시스템 사장 등 계열사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공석이 된 부행장직 2석, 이영훈 부행장의 임기만료로 공석이 된 부행장직 1석을 채우는 선에서 인사가 단행됐기 때문이다. 또 다음 달 11일 임기 만료를 앞둔 전무 4명이 탈락자 없이 전원 부행장으로 승진했다는 점도 조직 안정이 핵심 고려사항이 됐다는 점을 입증한다.

창립 50년 만에 처음으로 내부 승진한 기업은행 공채 출신 조준희 행장은 기획과 인사, 영업 등 은행 내 각 분야를 두루 거친 공채 출신 맏형으로 조직 장악력과 친화력이 뛰어나 영업기반 확대 같은 기업은행이 맞닥뜨린 과제들을 해결하는 데 있어 적임자라는 평가는 절대적이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은행 안살림을 총괄하며 기업은행이 내실 있게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첫 내부 출신 행장에 임명된 배경이 됐다. 조 행장은 올해 은행권에 전례 없이 치열한 ‘영업대전’이 예고되는 가운데 중소기업금융 기반을 강화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 종합금융그룹의 기틀을 다질 인물로 꼽혔다.

김규태 부행장은 수석부행장(전무)로 선임하고 임기가 만료된 부행장 3명을 모두 연임시킨 것도 조준희 행장의 임기 초반인 만큼 급격한 변화 보다는 조직 안정에 무게를 둔 인사로 풀이된다.

한편 ‘조직안정’을 이유로 내부 출신 인사가 은행장에 오르면서 ‘내부출신 행장’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매김 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서진원 신한은행장과 조준희 기업은행장 외에도 지난해 8월 선임된 민병덕 국민은행장은 지난 2001년 구 국민은행과 구 주택은행간 통합 이후 첫 내부 출신 행장에 이름을 올렸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종휘 우리은행장,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민병덕 국민은행장 등과 같이 행장이 내부에서 나온 만큼 금융지주 회장은 외부에서 영입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면서 “‘외부회장-내부행장’이란 트렌드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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