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신인맥 뜬다] TK 출신 강세 여전…특정대학 편중은 해소

입력 2011-01-18 11:21 수정 2011-01-1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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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경험 풍부한 '영업통' 전면 배치…여성 임원도 약진

흐트러진 조직 안정과 영업력 강화로 특징 지어진 주요 시중은행들의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은행권의 인맥이 크게 바뀌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호랑이로 상징되는 고대 출신 파워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소위 ‘TK(대구·경북)’ 지역 출신들은 여전히 많았다.

KB국민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기업은행·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에서는 다양한 대학교 출신들이 부행장 이상의 주요 요직을 차지했다. 고려대·연세대·한양대 등 서울지역 뿐만 아니라 전북대·충남대 등 지방대 출신도 두루 선임됐다. 또 일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부행장(연임 포함)의 평균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 점도 고무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올해 은행권에 전례 없이 치열한 ‘영업대전’이 예고되는 가운데 현장경험이 풍부한 핵심인재들이 주요하게 기용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TK 고교 선후배’ 집중= 은행권 정기인사에서 부행장 이상의 직급으로 승진한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경북 상주·김천, 대구 등 소위 ‘TK’ 출신들이 10명 중 4명꼴로 나타났다.

기업은행의 첫 공채출신 행장인 조준희 기업은행장은 경북 상주 출신이며 정만섭 신탁연금본부장, 유석하 경영전략본부장 등도 경북지역 출신이다. 경북 영천 출신인 서진원 신한은행장을 비롯해 이동대 기업그룹 부행장은 대구출신이며, 하나은행의 박재호·강신목 부행장도 ‘TK’ 출신이다. 우리은행의 유중근·황록·정화영 부행장도 경북 또는 대구지역 출신이다.

상대적으로 출신지역이 ‘TK’가 많은 반면 출신대학은 서진원 신한은행장·조용병 신한은행 부행장·이창근 국민은행 부행장·황록 우리은행 부행장(이상 고려대), 오세일 신한은행 부행장·권선주 기업은행 부행장(이상 연세대)를 외에는 소위 SKY가 아닌 대학을 졸업한 인물이 고루 분포됐다.

기업은행은 조준희 기업은행장이 외국어대학 출신이며 정만섭 신탁연금본부장·고일영 마케팅본부장이 한양대를, 유석하 경영전략본부장·박진욱 경영지원본부장이 건국대를 각각 나왔다. 김규태 수석부행장이 경기대를, 류치화 기업고객본부장, 이규옥 리스크관리본부장, 권선주 카드사업본부장이 각각 충남대, 숭실대, 연세대를 나왔다.

신한은행은 서진원 행장과 조용병 영업추진그룹 부행장이 고려대 출신이며 이동대 기업그룹 부행장, 오세일 IB그룹 부행장, 문종복 WM그룹 부행장이 각각 명지대, 연세대, 계명대 출신이다.

하나은행의 정해붕 영업추진그룹 부행장과 강신목 기업영업그룹 부행장이 각각 전북대와 외국어대학 출신이며 KB국민은행의 이찬근 대기업금융그룹 부행장과 박지우 신용카드사업그룹 부행장이 각각 고려대와 서강대를 나왔다.

출신고등학교별로는 상고출신들이 눈에 띈다. 박재호 하나은행 영남사업본부장과 문종복 신한은행 부행장이 대구상고를 나왔으며, 유중근 우리은행 부행장이 동지상고 출신이다. 이동대 신한은행 부행장도 선린상고를 나왔다.

◇영업통 전진배치= 1951년생인 서진원 신한은행장을 제외하고 부행장의 평균 연령이 낮아졌다. 특히 1956년생과 1957년생이 각각 10명과 8명으로 66.7%를 차지했다.

기업은행은 1954년생인 조준희 행장과 비슷한 연배로 구성돼 호흡을 맞추기에 더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은 서 행장을 제외하고 신임 부행장을 모두 1957년생 부행장으로 포진해 조직을 보다 젊게 바꿨다. 우리은행 역시 1956년생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시중은행의 정기인사에서의 또 다른 특징은 부행장 외 임원인사에서 현장경험이 풍부한 인물을 중심으로 영업추진력이 강한 인재를 전면에 배치했다.

하나은행 인사에서 승진한 정수진·김영철·황종섭·이영준 등 부행장보 4명과 본부장 12명은 현장 경험이 풍부하고 영업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현장 경험이 풍부하고 영업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임원을 중심으로 새롭게 경영진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도 대기업금융그룹을 신설해 대기업과 기관영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퇴직연금시장의 경쟁력제고와 연계마케팅이 가능하도록 부서를 대기업금융그룹으로 이관했다. 대기업금융그룹에 대한 기대와 열망은 외부인사 영입으로 확인됐다.

국민은행은 이 그룹의 새 수장으로 이찬근 부행장(전 하나IB증권 사장)을 선임했다. 또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신설한 신성장사업그룹은 금융권의 마당발로 통하는 박인병 전 신탁연금그룹 부행장을 선임했다.

◇여성임원 약진도 눈길= 지금까지 시중은행 등 금융권에는 여성 임원이 적었다. 금융환경 자체가 남성 중심으로 형성돼 경영 결정이나 영업 등에서 여성들이 활동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에 업무능력까지 갖춘 여성 임원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기업은행은 임원인사를 통해 창립 50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부행장을 탄생시켰다. 카드사업본부장에 선임된 권선주 부행장은 ‘최초 여성 1급 승진’, ‘첫 여성지역본부장’ 등 은행 안에서 늘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닐 만큼, 강한 업무 추진력을 인정받는 인물이다.

김덕자 하나은행 용산지역본부장도 이번 인사에서 승진, 하나은행 최초의 여성임원이 됐다. 김 본부장은 영업점 평가에서 6년 연속 우수상을 수상할 정도로 뛰어난 영업능력을 인정받았다.

이들 모두 업무에서 혁혁한 성과를 거둔 공로가 인정돼 각 은행의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와 함께 임원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특히 권 부행장은 여성금융인네트워크의 대표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 인사의 경우 재계와 달리 소위 SKY 등 명문대에 집중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은행업의 특성상 상고 출신도 많은데다 지역에 기반을 두고 영업을 하는 만큼 지역출신을 고루 기용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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