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변(變)해야 통(通)한다

입력 2011-01-20 10:07 수정 2011-01-20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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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신 유통경제부장
지난 3일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열린 시무식. 정준양 회장은 행사장에 마련된 자리로 이동해 붓을 들고 정성스레 한자 한자 글을 썼다.

‘궁변통구(窮變通久)’. 주역에 나오는 말로 해석하자면 ‘궁하면 변하게 되어 있고 변하게 되면 두루두루 통해서 오래간다’는 뜻이다.

주역에서 ‘궁변통구’를 풀이한 것은 이렇다. ‘궁즉통 통즉변 변즉구(窮則通, 通則變, 變則久)’로 ‘막히면 통하게 되어있고, 통하면 변하게 되어있으며, 변하면 오랫동안 지속된다’는 말이다.

‘궁변통구’의 줄임말이 ‘變通’인데, 이는 ‘형편과 경우에 따라서 일을 융통성 있게 잘 처리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그 때 그 때 잘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변통’은 다른 말로 쓰이기도 한다. ‘돈이나 물건 따위를 빌린다’는 뜻이다. 융통성을 발휘해야 돈을 빌리는 일조차도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니 궁극적으로는 한 뜻이다.

말의 순서나 어감에 차이는 있지만 앞서 언급한 단어들이 지향하는 바는 매 한가지다. 일이 해법을 찾고 나은 방향으로 가고자 하면 고집을 부려서는 안 된다.

때로는 돌아갈 줄도 알고 때로는 설득할 줄도 알아야 한다. 상대가 변하지 않는다고 나도 변하지 않으면 우정은 깨지고 가정은 파탄날 수밖에 없다.

정준양 회장이 ‘궁변통구’를 신년화두로 꺼낸 것은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경쟁 우위를 갖추겠다는 의미다. 또한 1등 기업의 자리를 항구적으로 유지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직접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궁변통구’의 경영철학은 최근 이건희 회장의 그것이기도 하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10년 뒤 삼성의 제품은 모두 사라진다. 그 뒤의 먹 거리를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삼성도 변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이 회장이 선택한 변화는 ‘젊은 삼성’과 ‘투자’다. 연초 인사에서 40대 CEO를 대거 발탁했고 43조원이라는 사상 최대 투자를 하기로 했다.

‘김대중 죽이기’로 유명한 강준만 교수의 변화도 눈에 띈다. 강 교수는 최근 운전면허를 땄다고 한다. 얼마전부터는 동창회에도 나간다고 한다. 운전은 책읽기와 집필에 방해된다며 한사코 거부했고, ‘동창회’는 연고주의라며 비판해 온 그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연고주의를 끊자고 아무리 외쳐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대신 그 속으로 들어가 변화를 꾀하자는 생각이라는 설명이 덧붙여진다.

사회도, 기업도, 사람도 모두 변화를 꾀하고 있는데 홀로 변화를 거부하고 독야청청하겠다는 곳이 있다. ‘청와대(Blue House)’다. 물가를 잡겠다고 공정위원장을 바꿨는데, 대형유통업체나 정유사의 담합, 불공정거래 여부를 조사하는 것이다. ‘기업간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보장하기 위한 경제활동의 기본질서를 확립’하고 ‘창의적인 기업활동을 조장’해야할 공정위가 업무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는‘물가를 잡겠다고’칼을 빼든다.

‘통닭값이 비싸다’‘주유소 기름값이 왜 비싸냐’는 ‘청와대’의 한 마디에 모든 것이 일사천리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다’느니 ‘기름값에 붙는 세금이 너무 많다’는 본질적인 문제는 전혀 고려대상이 되지 않는다.

사방이 ‘窮’한데 ‘變’은 없다. ‘變’이 없으니 ‘通’도 없고 ‘久 ’도 없다. 보수와 진보, 야당과 여당, 친정부 성향을 보일 수 밖에 없는 기업에서 조차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가 안 나올 수 없다. ‘늘 푸르다’는 소나무도 계절의 변화에 따라 색이 바뀌기 마련이다. 그렇게 변하면서 소나무는 긴 생명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변’해야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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