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웰컴투마이월드… 오만한 여인의 죽음 뒤 시선

입력 2011-01-26 11:00 수정 2011-01-26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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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웰컴투마이월드
한 공간에 있는 동료들의 시선을 따라가면 그 끝은 어느 지점에 닿게 돼 있을까. 뮤지컬 ‘웰컴투마이월드’는 서로를 향해 웃지만 뒤에 칼을 품고 있는 현대사회의 풍자극이다. 동시에 주변인을 얕잡아 보던 일인자의 죽음에 ‘마땅한 조롱’을 던지며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블랙코미디를 표방했다.

극은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엔 복잡다단한 사람의 속내를 ‘시선’이란 장치에 담아 풀어나간다. 이 뮤지컬은 비행기 내에서 일하는 6명 중 1명의 스튜어디스의 죽음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죽은 여인은 항공사 사장의 동생인 동시에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여인 권도연이다. 이 여인을 누가 죽였을까. 5명의 동료들이 모두 용의선상에 올랐다.

그녀의 남자친구이자 동성애를 감춘 훈남 슈튜어트, 콤플렉스로 뭉친 후배 스튜어디스, 그녀를 흠모하다 보기 좋게 차인 이혼당한 기장, 약혼자의 숨겨진 동성연인 스튜어트, 존재감 없어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슈튜어트. 이들을 한명씩 탐문해가는 두 남녀 형사의 시선을 따라 관객들은 숨을 죽이고 그들과 함께 논리정연하게 추리를 시작한다.

‘저 여자가 의심스럽다, 후배 스튜어디스는 선배에 대한 질투심 때문에 그녀를 죽였을지도. 저 동성애자는 사랑을 지키기 위해 그녀를 죽였을거야’ 집요한 추적을 하던 관객들을 조롱이나 하듯 극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다. 선한 표정과 피해자의 슬픈 표정을 한 권도연의 노래에 관객들은 무조건적인 동정표를 보냈지만 극 후반부로 치닫게되며 드러나는 그녀의 악마적 기질에 혀를 내둘렀다.

자신이 항공사의 2대 주주로서 막강한 권력을 쥐었다는 점을 이용해 후배와 동료들에게 수치감, 모욕감을 아랑곳없이 줬던 권도연. 한 여자를 향한 동료들의 분노는 무대를 넘어 객석으로까지 전이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추리와 긴장감 있게 부딪치는 논리적 대사들, 두 형사의 추리 끝에 밝혀지는 범인은 한 공간에 있던 5명의 동료들, 모두 였다.

극은 ‘상처를 준 대가로 그녀는 목숨을 잃었다!’는 인과응보적 귀결인식을 갖게 해 관객들을 설득해나간다. 그 순간 5명이 나란히 서서 객석을 향해 힘주어 던지는 대사는 관객들의 뒤통수를 세게 강타한다.

“당신 모두 범인이야”이 대사가 객석에 울려 퍼지는 순간 관객 모두 공범이 됐다. 이들이 단체로 입을 맞추어 부르는 노랫말 “누가 그녈 죽였을까. 범인은 누구일까”의 합창이 의미심장하다.

인간의 욕심, 질투, 불신, 복수심 등 많은 감정 등을 끄집어내 복잡다단한 인간탐구의 실험적 노력이 인상적이다. 동시에 그러한 그들의 노력들이 정서의 과잉으로 흘러가 깔끔한 마무리가 아쉽다. 남녀 형사를 대충 뽀뽀로 로맨스를 엮어버리려는 시도는 어설펐다.

한편 이번 공연에서 가수 길건이 카리스마 넘치는 형사를 제대로 소화하며 뮤지컬 배우로서 입지를 다졌다. 공연은 신촌 더스테이지에서 2월 20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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