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7일(현지시간) 일본의 외화기준·자국통화 기준 장기국채 등급을 최상위에서 세 번째인 ‘AA’에서 ‘AA-’로 한 단계 하향했다.
장기국채 등급 전망은 ‘안정적’으로 제시하고, 단기국채 등급은 외화기준과 자국통화 기준 모두 ‘A1+’를 유지하기로 했다.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이 하향된 것은 2002년 4월 이후 8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S&P는 등급 하향 조정의 원인으로 일본의 막대한 재정적자 문제를 지목했다.
S&P는 “일본의 정부채무 비율이 한층 더 악화할 것이라는 S&P의 견해를 반영한 것”이라며 “일본의 채무 비율은 이미 등급책정 국채 가운데 가장 높은 범주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상황이 2020년대 중반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소식에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로존 일부 국가와 영국 미국 등 만년적자국들도 가슴을 졸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 언론들은 일제히 일본의 신용등급 강등 소식을 속보로 타전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소식을 집중 보도하면서 “그리스·아일랜드 등 유로존의 재정위기 우려가 재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해 “일본의 강등을 계기로 미국 등 선진국의 부채 문제가 재차 주목 받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미 문제가 심각한 일본 경제에 새로운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은 전날 의회예산국(CBO)이 2011 회계연도 재정적자가 사상 최대인 1조4800억달러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어서 당혹감은 더했다.
미국은 이미 무디스·S&P 등 신용평가사들로부터 재정적자를 줄이지 못할 경우 현재 최고등급(AAA)에서 하향이 불가피하다는 경고를 받은 상태다.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도 2010 회계연도 8.9%에서 올해 9.8%로 악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적자에 허덕이는 영국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작년 11월 영국의 재정적자는 사상 최고인 233억파운드를 기록했다. 정부 부채는 GDP의 58% 수준이다.
영국은 물가가 급등하는 가운데 작년 4분기 0.5%의 마이너스 경제성장을 기록하며 스태그플레이션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현재 영국의 국가신용등급은 최고등급이지만 사태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등급 강등이 불가피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독일은 거액의 국가부채와 인구의 고령화, 수출 의존도 높은 경제 구조 등 일본과 공통적인 문제를 안고 있지만 3대 신용평가사들로부터 최고등급 유지에 대한 합격점을 받았다.
S&P는 “독일은 일본과는 다르다”며 “독일의 채무도 적은 것은 아니지만 일본에 비하면 적다”고 평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일본의 2011년 GDP 대비 채무 비율은 204%, 독일은 81%로 예상된다.
독일은 지난해 전년 대비 3.6%의 성장률을 기록, 전후 최악의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 동서독 통일 이후 최대 경제성장을 달성했다.
전문가들은 독일 경제가 올해도 이를 유지해 금융 위기로 인한 피해를 완전히 만회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