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우리·하나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차기 최고경영자(CEO) 인선 윤곽이 이번 주 드러난다. 특히 그동안 우리금융과 신한금융 회장직을 두고 하마평에 올랐던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이 적어도 민간금융그룹의 CEO 경쟁에는 불참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후보간 물밑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금융당국이 개입할 기미도 엿보이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오는 8일 특별위원회를 열어 1차 후보군 26명을 4명의 최종후보군(숏리스트)으로 압축한 뒤 14일 면접을 거쳐 단독 후보를 선정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판도는 직무대행격인 류시열 현 회장과 한택수 국제금융센터 이사장의 2파전으로 팽팽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과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이 '자신의 사람'을 회장 후보로 밀면서 '대리전' 양상을 띄고 있어 결과가 어떻게 될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류 회장은 한국은행 부총재와 제일은행장, 은행연합회장, 신한금융 사외이사 등 경력을 바탕으로 리더십을 발휘해 회장과 사장의 사퇴에 따른 공백을 잘 메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이사장은 신한은행의 일본 현지법인 SBJ 설립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일본어와 중국어, 영어 등 외국어는 물론 1996년 청와대 초대 정보통신담당비서관으로 내정될 정도로 IT(정보기술) 능력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15년 전 벌금형을 받은 전력에 대해서는 직무와 무관한 일이며 우리은행과 신한카드 사외이사, 코리아RB증권 회장, 국제금융센터 이사장 등을 역임해 면죄부를 받았다는 입장이다.
다만 회장 후보로 언급되고 있는 류 회장이 최종후보군 선정을 위한 투표에 참여할 경우 공정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8일 특위에서는 위원 한 명이 후보 4명을 복수 추천해 득표 순으로 10명의 후보를 뽑은 뒤 다시 2명씩 복수 추천해 득표 순으로 4명을 선정한다.
아울러 최근 금융당국이 라 전 회장과 신 전 사장간의 '대리전'으로 전개되고 있는 신한금융 회장선임작업에 대해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며서 일각에선 류 회장도 한 이사장도 아닌 '제3의 후보'가 나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지난 1일 신한금융이 차기 회장 선임을 늦출 경우 “불안하다면 당국이 들어가서 봐야 한다”며 “은행이 국민재산을 보호할 자격을 갖고 있는지 살펴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답해 계파 갈등이 지속될 경우 당국 개입이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와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이인호 전 신한금융 사장, 홍성균 신한카드 부회장, 한동우 전 신한생명 부회장,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사장, 고영선 전 신한생명 사장(현 화재보험협회 이사장) 등이 하마평에서 빠지지 않는 이유이다.
우리금융은 9일 회장 후보 공모를 마감한다.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던 강만수 특보가 "금융지주 회장 자리에 관심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팔성 현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좀 더 커진 상태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강 특보가 금융지주회사 회장에 관심이 있다고 한 적이 없는데도 자꾸 유력 후보로 거론돼 곤혹스러워하고 있다"며 "강 특보가 신 한금융의 회장 후보군에 포함된 것도 본인 의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우리금융 회장추천위원회는 공모 마감 이후 서류 심사와 인터뷰를 통해 이달 말가지 최종 후보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또 우리금융은 이달 중순부터 자회사 행장후보추천위원회도 본격 가동해 내달 말 임기가 만료되는 이종휘 우리은행장과 송기진 광주은행장, 박영빈 경남은행장 직무대행 후임 인선에 착수한다.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로는 우리은행의 이순우 수석 부행장, 우리금융의 김정한, 윤상구 전무와 김경동 전 우리금융 수석 전무, 이병재 우리파이낸셜 대표이사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또 다른 이슈를 낳고 있는 곳은 하나금융이다. 하나금융도 김승유 회장, 김종열 사장, 김정태 은행장 임기가 오는 3월 동시에 종료된다.
그러나 외환은행 인수 후 조직 통합과 안정 등의 후속작업을 마무리해야 하는 만큼 당분간 현 경영진을 유는 것이 낫다는 이유에서 3명 모두 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다만 김승유 회장은 최고 정점에서 명예로운 퇴진 시기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종열 사장은 하나금융이 인수하는 외환은행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배수진도 쳤다. 하나금융은 오는 10일 이사회에서 최고경영자 등 이사회 구성원의 연령을 만 70세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지배구조 모범규준' 제정을 검토 중이다. 등기이사 임기도 3년에서 2년으로 단축된다.
오는 6월10일 임기가 만료되는 민유성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은 주주총회가 열리는 3월에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
민간 출신인 민 회장과 달리 후임자는 관료 출신들이 주로 거론되고 있다. 민영화 추진 등 과제를 안고 있는 후임자로는 강만수 위원장과 권혁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김영기 산업은행 수석 부행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