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풋볼(NFL)의 한국계 스타 하인스 워드(피츠버그·35)가 비록 생애 세 번째 슈퍼볼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2년 만에 밟은 슈퍼볼 무대에서 분위기를 바꾸는 터치다운을 터뜨리며 건재를 과시했다.
워드는 7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카우보이스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그린베이 패커스와의 제45회 슈퍼볼에서 2쿼터 종료 직전 짜릿한 터치다운을 꽂아 팀의 맹추격에 앞장섰다.
2006년 시애틀 시호크스와 벌인 슈퍼볼 맞대결에서 승부에 쐐기를 박는 결승 터치다운을 터뜨리며 MVP에 오른 것을 포함해 슈퍼볼 무대에서 개인 통산 두 번째로 기록한 터치다운이었다.
이날 피츠버그는 2쿼터가 채 끝나기도 전에 3-21로 구석에 몰려 패색이 짙었지만, 워드의 터치다운 하나로 반격의 기세가 올랐다.
야전사령관 벤 로슬리스버거가 37야드짜리 리턴 터치다운을 허용하는 등 잦은 실수를 저질렀는데도 피츠버그가 4쿼터 중반에 3점 차까지 따라붙을 수 있었던 것은 팀의 ‘정신적 지주’인 워드의 공이 컸다.
워드는 올 시즌 전진거리가 755야드, 패스 리시빙 횟수는 59번에 그쳤다.
지난 시즌까지 2년 연속 1천 야드 고지를 돌파하며 제2의 전성기를 보낸 데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였다.
워드의 포지션은 와이드 리시버. 공격수로서 적진 깊숙이 파고들어가 쿼터백의 패스를 받아 내야 하는 임무다.
하지만 어느덧 30대 중반에 이른 워드는 움직임이 느려졌고 10년 후배인 마이크 월러스에게 이미 1번 와이드 리시버 자리를 물려준 상태다.
대신 워드는 화려한 플레이보다는 보이지 않는 ‘맏형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었다.
승승장구한 피츠버그는 2년 만에 다시 대망의 슈퍼볼 무대에 진출했다.
워드는 시즌 도중 뇌진탕 부상을 당하고도 16경기에 ‘개근’하는 정신력을 보여 후배 선수들에게 본보기가 됐다.
변변한 스타 플레이어 하나 없이 오로지 조직력과 수비력으로 승부에 임하는 피츠버그에 워드는 코트 밖의 쿼터백이나 다름없었다.
13년간 피츠버그 유니폼만 입은 왕고참답게 혈기 넘치는 어린 선수들을 따뜻하게 훈계하는가 하면 때론 플레이북(개인소지용 참고서)을 지니고 다니지 않는 등 기본이 잘못된 후배들에겐 가차없이 불호령을 내렸다.
이날 경기에서 철통 같은 수비벽을 뚫고 터치다운 하나를 기록한 러닝백 라샤드 멘든홀은 슈퍼볼 경기에 앞서 “워드는 자신의 캐릭터만으로도 팀에 공헌하고 있다”며 “진정한 베테랑으로 젊은 선수들을 통솔하고 있다”고 말해 워드의 리더십에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워드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세 번째 슈퍼볼 우승 반지를 낀다면 그라운드에서 떠나겠다”며 “정점에 있을 때 은퇴를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워드는 팀이 2번 시드를 받고 플레이오프에 진출, 아메리칸콘퍼런스(AFC) 우승까지 차지하며 슈퍼볼 무대를 앞두자 마음을 단단히 고쳐 맸다.
워드는 최근 피츠버그 지역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슈퍼볼 승패와 관계없이 피츠버그 유니폼을 입을 것”이라고 잘라 말하며 “은퇴는 없다”고 입장을 바꿨다.
데뷔 때부터 몸담았던 피츠버그가 슈퍼볼에서 7번째 우승을 차지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은퇴 번복이라는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자신이 직접 나서 피츠버그의 단결을 이끌어야 했기 때문이다.
워드는 NFL 선수들이 '꿈의 무대'라 일컫는 슈퍼볼에 지금까지 두 번 나가 모두 빈스 롬바르디컵(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번에도 우승을 차지하면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 확실시됐다.
결국 세 번째 도전은 아쉽게 실패로 돌아갔지만 올 시즌 피츠버그는 워드가 존재했기 때문에 디비전과 콘퍼런스 우승을 싹쓸이할 수 있었다.
2006년 NFL의 영웅으로 우뚝 섰던 워드는 슈퍼볼에서 5년 만의 터치다운을 터뜨리며 TV 앞에서 슈퍼볼을 지켜본 전 세계 스포츠팬들 앞에 다시금 자신의 존재를 또렷이 각인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