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반정부 시위가 3주째로 접어든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오마르 술레이만 이집트 부통령에게 주민들의 열망에 부응하는 신속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8일(현지시간) 술레이만 부통령과의 통화에서 평화롭고 합법적이며 질서있는 전환을 지지한다는 미국의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 이집트 주민들이 원하는 즉각적인 진전을 만들어 낼 것을 요구했다고 백악관이 전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이집트 정부가 약속한 것을 즉각 이행하도록 촉구하는 한편 4개항의 요구 사항을 추가로 전달했다.
그의 요구 사항에는 △기자와 정치·시민사회 운동가들의 체포·학대·구타·억류 즉각 중단 및 집회와 표현의 자유 허용 △즉각적인 계엄 해제 △광범위한 야당 인사들을 포함시키는 대화 확대 △전환의 로드맵과 시간표 작성 작업에 야당인사 참여 등이 포함됐다.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 뿐만 아니라 무바라크 체제 전부가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도 제기됐다.
이집트의 최대 야권 조직인 무슬림형제단은 지난해 11월 실시된 총선도 부정선거이기 때문에 다시 치러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집트 정부가 불법 단체로 규정한 무슬림형제단은 지난 2005년 총선에서 회원들을 무소속으로 출마시켜 전체 의석의 20%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무슬림형제단은 지난해 11월 총선에서는 형제단원 1500여 명이 체포되는 등 현 정권의 탄압과 조직적인 부정선거 탓에 기존의 의석 대부분을 상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무바라크 대통령이 명예로운 퇴진을 위해 독일 망명을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독일 주간 슈피겔은 무바라크 대통령의 건강검진을 위해 독일 남서부 바덴바덴 인근의 고급병원 호화병실이 준비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독일 집권 연정 관계자들은 홍해 연안 휴양지 샤름 엘-셰이크에 머물고 있는 무바라크 대통령이 건강검진을 위해 독일로 오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이집트 국민들로부터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무바라크 대통령이 체면을 구기지 않고 명예롭게 퇴진하는 방식으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기민당(CDU)-기사당(CSU) 연합과 자민당(FDP)이 모두 찬성하고 있다.
무바라크 대통령이 남은 임기까지 독일에 머물게 될 경우 이집트의 정치개혁에서 손을 떼게 된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망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언론들은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