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전셋값으로 민생 불안이 가중되면서 정치권이 뒤늦게나마 해결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가장 먼저 적극적 모습을 보이는 곳은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9일 오후 당 차원의 대책특위(위원장. 원혜영 의원)가 나서 전·월세 상한제 도입과 임대주택 의무 건설을 골자로 하는 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임차인에게 1회에 한해 전·월세 계약청구권을 보장하기로 했다. 통상적으로 전·월세 계약 기간이 2년인 점을 감안하면 이 경우 임차인은 최대 4년간 계약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전·월세 인상률을 연간 5%로 제한해 임차인의 무리한 경제적 부담을 덜게 했다. 이에 더해 임대인이 인상률 상한제를 위반할 경우 상한을 초과한 금액에 대해 임차인이 반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대책에는 공공임대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보금자리 분양 융자에 사용되는 국민주택기금 가운데 2조7000억 원을 공공임대주택 건설 지원으로 전환하는 한편, 재개발·재건축 시 임대주택 의무 건설, 소형 의무 비율을 복원하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미분양 주택을 무주택 서민을 위한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대한주택보증의 환매조건부 미분양 주택 매입 주택을 서울 이외 지역에 한해 국민임대주택으로 전환하고, 이에 대해 국민주택기금을 지원하자는 것이다. 또 민간 부동산 펀드가 미분양 주택을 매입, 임대할 경우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나 양도세 추가 과세 배제 등 세제 지원을 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소득 2분위 이하 저소득 무주택자에 대해 임대비(가구당 연간 132만원)를 지원하는 주택 바우처 제도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당 소속 이용섭 의원이 발의,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황으로 제도가 시행되게 되면 전국 30만 가구가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는 별도로 조경태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여야 국회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 도입을 위한 서명 운동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일단 정부 대책을 살펴본 뒤 보다 강화된 형태의 대안을 내놓겠다는 게 기본 방침이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달 말 정부가 매매 시장과 전세 시장을 동시에 안정키 위해 DTI 자율화 연장을 포함한 종합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여기에 전·월세 대책을 추가 보강할 계획이다. 오는 11일 당정회의가 예정돼 있어 이 자리에서 구체화된 형태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 마련이 늦을 뿐만 아니라 그 내용 또한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당정 간 시각차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정몽준 전 대표는 같은 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전셋값 급등은 집값이 안정됐기 때문에 일어났고 집값이 오르면 해결된다는 주장은 무책임한 말”이라며 “전·월세 대란은 공급부족으로 발생했기 때문에 공급을 늘리는 게 본질적 해결 방안이고 단기적으로는 공공 임대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 대표는 이어 “이런 현상(전세대란)은 IMF 사태 당시와 비슷할 뿐더러 당시에도 금융위기 여파로 민간부분 공급이 부족해 2000년 직후 전셋값이 크게 올랐다”며 “이런 일을 겪고도 (정부가) 아무 대책도 없다고 하니 분노를 느낀다”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