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형랩 수수료를 둘러싼 증권가 신경전이 점입가경이다. 미래에셋증권이 업계 최초로 1.9%로 수수료를 인하한데 이어 현대증권도 1.5%로 하향조정하며 인하랠리에 동참했다. 그러나 삼성과 대우, 우리 등 자문형 랩(잔고기준) 상위사들은 '인하불가'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다면 누구의 판단이 맞을까? 결론만 놓고 보면 둘 다 옳다.
◇"대중화로 랩 시장 확대될 것"
미래에셋과 현대증권은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자문사에서 자문 받은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 트레이딩 대가로 내야하는 3%대의 수수료는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1억원을 자문형 랩에 투자한다고 가정한다면 고객들은 1년에 300~320만원 가량의 수수료를 증권사에 내야 한다. 세금을 제한 연 4% 수준의 은행 정기예금의 이자와 맞먹는 수준이다.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판매중인 일반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수료가 2~2.5%를 감안해도 30~50%가량 비싸다. 주가 상승기에는 수수료가 높은 수준이 아니지만 지금과 같은 조정기에는 고객들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규모의 경제가 이뤄진 만큼 인하여력이 충분하다는 것도 인하 요인이 되고 있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운용력을 확보하고 상담 프로세스를 구축한 만큼 추가 비용이 들지 않아 인하에 큰 부담이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자문형랩은 수수료가 높고 최저 가입금액이 1억원 이상 상품이 있을 정도로 VIP의 전유울이었다"며 "가입금액과 수수료를 낮춘다면 일반 고객들의 접근이 용이해 자문형 랩 시장의 규모가 더욱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제로섬 게임 변질될 수도"
그러나 삼성과 타사들의 입장은 다르다. 자문사에서 포트폴리오를 자문 받아 증권사들의 전문적인 운용 판단력이 적용되려면 인력 및 시스템 등 제반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에 현 수수료대 유지는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랩 상품은 전문가들의 상담과정을 통해 포트폴리오가 조정될 수 있기 때문에 만약 수수료를 인하한다면 서비스의 질적 저하가 불가피 할 것이란 지적이다.
또한 자산에 일정비율로 부과하는 일임수수료 외에 별도의 위탁매매(주식중개) 수수료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액티브 상품인 랩에서 오히려 역마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우(자문형 랩 수수료: 1.6~2.6%)와 동양종금(1.4%~3.0%), 한화(3.0%), SK(평균 2%)과 우리투자(1.2%~3.0%) 등 타사들은 수수료 인하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랩 시장 발전이 단순한 수수료 인하로 초점이 맞춰진다면 제로섬 게임으로 변질될 것이 뻔하다"라며 "차별화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전문성있는 운용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재 수수료는 높은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시장의 과당 경쟁을 우려하면서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랩 수수료 인하가 동일한 서비스와 질이 유지되는 가운데 이뤄진다면 바람직하다"며 "수수료와 서비스 변화 추이를 함께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