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장관이 기름값 장부도 들춰보나

입력 2011-02-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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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 가격의 적정성 여부에 대한 정부와 정유업계 간 논란이 거세다.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이 기름 가격이 적정한 지와 인하요인은 없는 지 파악하라는 발언이 발단이다. 이후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공식석상에서 기름 값이 비싸다고 언급하면서 정유업계에 대해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주관부처의 수장인 최 장관은 정유업계의 영업이익률이 과도하다는 발언까지 했다. 전직이 회계사라며 자료를 낱낱이 살피겠다고도 했다.

일국의 장관이, 그것도 우리 산업정책을 담당하는 기관장이 한 업종의 가격 문제에 대해 직접 자료를 살펴보겠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다. 가격을 인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는 하나 적절치 않다.

무엇보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대기업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과연 시장경제를 내세운 국가와 정부가 맞는 지 의문이 들 정도다.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고 했던가. 정책 대신 으름짱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심산이다.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이 한마디 하면 각 부처 장관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물가상승억제를 연초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은 청와대의 입장이 나오자 정책부서인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는 장관이 직접 물가에 대해 언급하고 나섰고,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는 건설·유통·대기업 CEO들과 연이어 회동을 하면서 직접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자마자 지식경제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총대를 메고 기업들의 동반성장 문화 확대를 독려한 것과 똑같은 패턴이다.

‘어려운 때일 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라는 말이 있다. 정부는 지금의 물가상승현상이 위기라고 판단된다면 무차별적으로 대기업을 압박하지 말고 시장경제원리에 근거해 물가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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