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무바라크 사임...미국의 대응 중요”

입력 2011-02-13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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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물러나면서 중동지역의 정세는 미국이 지난 30년간 기대왔던 권력구조에서 벗어나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다뤄본 적 없는 새로운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각) 진단했다.

WSJ은 이 새 구도가 인구학적·기술적으로 새로운 기류에 의해 형성되고 있다면서 앞으로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입장은 페르시아만에서 새로 권력을 잡게 될 인물들이 무바라크보다 더 능수능란하게 이 기류를 헤쳐나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1977년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당시 대통령이 극적인 평화협정을 위해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때부터 미국의 대 중동정책은 이집트가 이 지역의 온건하고 친서방적인 아랍국가들 사이에서 리더 역할을 한다는 전제 아래 이루어져 왔다.

그리고 그 결과 요르단과 모로코 등을 포함한 이 지역 국가들은 이스라엘과 적어도 겉으로는 평화를 유지하고 이슬람 극단주의의 확대를 막기 위한 보루 역할을 해왔으며 세계 석유 유통을 원활하게 만들면서 외형적으로 안정되고 있다는 인식을 갖게 만들었다.

하지만 무바라크 대통령의 사임으로 이런 모델은 달라질 수밖에 없게 됐으며 그 결과는 향후 수개월, 혹은 수년 내에 두 가지 문제가 어떻게 풀리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첫 번째는 미국이 아랍의 전통적인 두 세력, 이집트와 이라크를 친서방적인 민주주의 국가로 만들어갈 수 있느냐 하는 것이며 두 번째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여타 페르시아만 왕정국가들이 인터넷 시대에서 자란 젊은 층의 열망을 잘 다스려 안정을 찾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만일 이집트가 이 나라 국민들이 원하는 것으로 보이는 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난다면 이집트는 새로운 아랍 지도자의 역할을 오히려 이전보다 더 강력한 방식으로 잘 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와 관련 “민주정체의 이집트는 중동 지역뿐 아니라 세계에서 책임 있는 지도자 역할을 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중동 지역의 미 동맹국들은 이번 무바라크의 사임을 보고 미국과의 친분관계도 무바라크를 계속 권좌에 머물 수 있도록 하는데 충분치 않다는 점에 놀랐을 수도 있으며 또 미 정부가 무바라크의 편을 더 들지 않는 것을 보고 화가 나 미국과의 관계에서 한 발짝 물러서게 만들 수도 있다.

시리아처럼 친미성향이 덜한 나라의 경우 무바라크의 문제점은 국민을 만족시키기에는 너무 친미성향이 강했던 것이라고 결론 내릴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미국과의 협상에 더 비협조적이 될 수도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이번 무바라크의 실각이 아랍-이스라엘 평화 기반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는 이스라엘에서는 양측간의 평화협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는 강경세력들이 아랍권 국가들의 불안정을 강조하면서 득세할 가능성이 크다.

팔레스타인 측과의 평화를 바라는 이스라엘의 희망은 이 지역의 불안정한 기류 속에서 위축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현재 최고로 주목해야 할 나라는 이란으로, 이란 지도자들은 이번 이집트 혁명을 두고 역사의 흐름이 친미에서 혁명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이란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억제하려는 국제사회의 요구에 대해 이란이 더욱 완강하게 저항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WSJ은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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