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구멍뚫린 ‘대한민국’

입력 2011-02-16 11:00 수정 2011-02-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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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ㆍ물가’ㆍ전세난...민생 '총체적난국'

‘부실 매몰로 팔당호·한강 등 지방 취수장 2차 오염, 기업 옥죄는 물가잡기로 멍드는 경제, 대책이라고 하기에도 부끄러운 전월세 대책….’ㆍ

대한민국이 휘청거리고 있다. 위기관리의 부재 탓이다. 구제역, 물가, 전세대란 등 전국을 뒤덮고 있는 ‘재앙’들로 온 국민이 몸살을 앓고 있음에도 정부의 정책은 실종됐고, 효과 없는 즉흥적인 ‘땜질’처방만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는 ‘곡’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구제역 2차 재앙…기본 매뉴얼도 없었다 = 지난해 11월 시작된 구제역의 2차 재앙이 본격화하고 있다. ‘매몰부터 하고 보자’며 소·돼지 등 가축을 마구잡이로 매몰하면서 수질오염이 현실화하고 있다. 심지어 매몰지 침출수를 관측하는 시설조차 없는 지자체도 있었다.

16일 경기도와 도 산하 산하보건환경연구원이 19개 시·군 매몰지 주변 지하수에서 831건의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7.4%인 228건이 식수로는 부적합했다. 도내 전체 구제역 매몰지 2017곳 중 현장조사가 가능한 1844곳 중 137곳은 팔당상수원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이었다. 추위가 풀리는 4~5월 침출수가 흘러 들어가면 수도권 주민의 식수원인 팔당호는 물론 지방 취수장도 오염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은 사실상 예견됐다. 환경부 매뉴얼은 하천을 중심으로 반경 30m 이내 지역에 매몰을 금지하고 있지만, 농림수산식품부의 매뉴얼은 매몰지를 구제역 발생 장소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기본 매뉴얼조차 관련 부처간 통일되지 않은 것. 전국적인 백신 1차 접종이 끝났음에도 대전에서 또 다시 구제역이 발생한 것도 충격적이지 않은 이유다.

정부는 여전히 ‘일부지역만 보완작업하면 환경오염 우려는 없다’는 여유 있는 모습이다.

◇뒷북·관치…정책은 어디 있나 = 물가 위기관리는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물가가 최근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협요소 중 하나가 됐지만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책을 내 놓더라도 때가 늦었거나 시장을 왜곡시키는 강압이어서 부작용만 키운다는 지적이다.

1월 소비자 물가는 정부 목표인 3%를 넘어 4.1%를 기록했지만 한국은행은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정부의 물가잡기 의지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점진적 금리인상을 통해 출구전략을 시행해야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성장위주, 고환율 정책을 물가 안정 및 내수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다음 정권은 물가·국가부채·가계부채 등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마땅한 정책이 없다 보니 기업들에 대한 압박수위만 높여가고 있다. 기획재정부에서는 정유·통신업계 등 독과점 성격이 강한 업체들에게 칼을 빼들었다.

지난해 초당과금제 전환, 데이터무제한상품제 등을 도입하며 가격 하락 노력을 해온 통신업계는 더 이상 가격을 내릴 여력이 없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정유업계 역시 우리나라 휘발유 가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대비 가격이 낮다며 정부의 지적에 숙응하지 않고 있다.

여권에서도 정부의 기업 옥죄기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한나라당 한 의원은 “공정위가 가격담합 등에 대해서 적발하고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기업이 물가 안정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탈세를 조사하겠다는 것은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부처 간 엇박자…전세대란 답이 없다 = 살인적인 기세를 보이고 있는 전세대란 역시 정부의 ‘2.11’ 추가대책 ‘약발’은 전혀 먹히지 않았다. 전세대책의 최대 수혜자가 돼야 할 무주택 전세세입자들은 물론, 건설사, 임대사업자 등도 정부의 대책에 혀를 내둘렀다.

전세물량 자체가 없어 무주택 서민들은 갈 곳을 잃어가고,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일몰 연장이 빠지면서 건설사들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지방 미분양주택에 대한 양도세·취득세 감면 혜택도 중단했다.

매입 임대사업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50%)만 완화했을 뿐 감면(면제)은 빠지면서 임대사업자들 역시 냉랭한 반응이다. 임대사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양도세를 깎는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감면을 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지자체와 국토부와 공정위간 엇박자도 논란이다. 서울시의 전·월세 불법 인상행위 단속으로 중개업소들이 일제히 문을 닫자 전세 수요자들 전셋집을 구하지 못하는 등 오히려 애꿎은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갔다. 그러자 서울시는 서둘러 중개업소에 대한 단속을 중단했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16일 전세를 편법인상하는 중개업소에 대한 조사를 검토하겠다며 뒤늦게 뒷북을 치고 나서 즉흥적이고, 우왕좌왕하는 전세대책을 여실히 보여줬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달 1.13 전세대책의 일환으로 지난달 26~27일 경기지역 중개업소 단속을 벌였지만 중개업등록증 불법 대여 등 중개사법 위반 사항만 적발했을 뿐 허위매물이나 담합 사례는 1건도 적발하지 못했었다.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은 “전셋값을 낮추는 대책이어야 하는데 정부의 대책은 전셋값은 높은 대로 그냥 두고 빚을 내서 전셋값을 감당하라는 것”이라고 혹평했다. 그는 이어 “서민의 전세대출금 이자율 인하를 제외하면 나머지 대책은 대부분 국회에서 법을 통과해야 확정되기 때문에 4월이나 돼야 한다”며 “전세대란이 끝난 후에 대책이 확정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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