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판치는 FX마진 시장

입력 2011-02-18 10:50 수정 2011-02-19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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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가 안받은 호가 업체 득실…단속 사각지대

FX(외환)마진거래로 짭잘한 수익을 벌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투자자 A씨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하고 증거금 1000만원을 넣었다. 하지만 막상 거래를 시작하니 체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호가도 느리기만 했다. 1랏(기본거래단위) 거래당 최고 5000원을 리베이트로 제공한다는데 혹해 목돈을 넣었지만, 결국 환율이 급변해 90%에 육박하는 손해를 보고 남은 본전만을 손에 쥐고 쓸쓸히 물러나야 했다. 금융당국에 신고를 하려했지만, 사설업체라 딱히 민원대상도 아니고 억울한 심정에 요새 한숨만 내쉬고 있다.

FX(외환)마진시장이 갈수록 혼탁해지고 있다. 증시 변동성이 높아지며 고수익을 노린 개미투자자들의 참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며 시장파이는 커지고 있지만, 무인가 불법 호가업체들이 득실거리며 음성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국내 인가를 받지않은 외국계 호가중계업체(FDM)와 개인투자자들 간 불법거래가 전체시장 규모의 절반수준에 이르고, 이로 인한 개인투자자들의 손실 역시 90%에 육박하고 있다. 흡사‘개미들의 무덤’으로 전락한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일부 외국계 호가중계업체들이 개인투자자들이 대부분인 FX마진시장에서 레버리지 높고(한 20배, 미 50배), 낮은 호가 스프레드, 리베이트 등을 미끼로 투자자들을 현혹하고 있다”며“FX마진시장이 커가는데 이같은 불법거래 시장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선물업 인가를 받은 증권·선물사들은 고객에게 증거금 및 매매주문 등을 받는 중계업만 담당하고, 투자일임은 미국 선물협회의 규정 및 일본의 상품거래소법에 따라 외국계 호가중계업체에게만 맡겨지게 된다.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무인가 해외딜러와 직접거래시 이를 적발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원은 불법 FX마진거래, 유사 투자자문, 불법 선물계좌 대여 업체 등 311건의 무인가·무등록 금융투자업체를 점검해 이 중 위반 혐의가 있는 100개 업체를 수사기관에 이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적발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투자자 보호장치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금감원 파생상품 고위담당자는“불법거래 적발을 위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방송통신위원회에도 사후 적발을 한 상태지만 이를 색출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증권사 파생상품 담당관계자는“현재 투자자들이 FX마진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국내 금융기관을 거쳐 해외선물회사, 다시 결제은행으로 넘어가는 방식을 취해 불필요한 거래비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낮은 해외딜러와 직접 접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이같은 불법거래가 현재 최소 40%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금융당국이 후속조치로 이같은 거래를 단속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국내 금융회사의 호가제도 허용 및 FX마진거래의 최소금액 단위를 낮추자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국내에서 FX마진거래를 위해서는 최소 계약단위가 10만 달러라 증거금율 5%를 감안하더라도 약 600만원에 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며“외국의 경우, 1만 달러 단위의 '미니랏'과 함께 1000달러 단위로 거래할 수 있는 '마이크로 랏' 상품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투자자들을 위해 국내에도 소액단위 제도 도입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2008년 이후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FX마진거래시장에는 현재 14개의 증권사와 8곳의 선물사가 참여하고 있다. 전체 해외 파생상품 중 FX마진거래의 비중은 50%를 넘어섰고, 전체 시장거래도 작년 1월 18만 계약에서 연말 38만 계약으로 두배 이상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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