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청와대 출입기자단 일문일답

입력 2011-02-20 17:26 수정 2011-02-20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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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20일 청와대 출입 기자단과 산행을 한 뒤 청와대 충정관에서 오찬간담회를 갖고 남북 관계와 과학비즈니스벨트, 동남권 신공항 입지 문제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이 대통령과 기자단의 일문일답 주요 내용.

-취임 3주년을 맞는 시점에서 가장 보람있었던 순간과 아쉬웠던 순간은.

△그 질문은 내가 5년하고 퇴임할 때 물어봐야지, 지금 그런 것을 물어보면 이 이야기가 안 된다.

내가 조금 전에 선글라스를 끼고 중간에 오다가 잠깐 실내에 들어갔는데, 실내가 너무 어두워서 왜 이렇게 어둡게 하고 있느냐 했다가 안경을 벗으니까 훤하더라. 세상은 내가 어떤 안경을 꼈느냐에 따라 보인다. 뻘건 안경을 끼면 세상이 좀 불그스름하게 보이고, 검은 안경을 끼면 세상이 어두워 보이고, 밝은 안경을 끼면 이렇게 환하게 보인다. 각자가 안경을 벗고 세상을 보면 우리가 같은 세상을 볼 수 있다. 그런 차이 정도이다.

사람들이 `3년 지났으니까 이제 높은 산에 올라갔다 내려온다' 등의 여러 가지 표현을 하더라. 그런데 나는 5년 동안 대통령이 산에 올라가서 정상에서 내려온다고 생각하지 않고 평지에서 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5년간 뛰고 나면 다음 사람에게 바통을 넘겨주고 또 다음 사람이 5년을 뛰고 하는 것이다. 오르막 올라갔다 내리막 내려오고 하는 개념은 너무나 권력적인 측면에서 세상을 보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너무 권력지향적으로 세상을 보니까 대통령이 산의 정상에 올라갔다가 3년 지났으니까 내려오는 길이라는 여러 표현을 쓰지만, 나는 세상을 살면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권력적 측면에서 보는 것이 아니고 평지 측면(에서 보는 것)이다. 평지를 5년 뛰고 다음 선수에게 바통을 주는데, 다음 선수가 나보다 우수한 선수가 바통을 받으면 또 속도를 내서 뛰고 해서 결국 우승을 하듯, 나는 그런 개념이기 때문에 권력이 있어서 올라갔다 내려갔다, 권력을 가지고 한다는 개념은 없다.

서울시장 4년을 해 보니까 4년 동안 일을 많이 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4년을 2년 같이, 4년을 8년 같이 일할 수도 있다. 나는 대통령 5년 임기에 5년을 10년같이 일할 수 있는가 하면 5년을 2년도 안 되게 일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 2년이 남았으면 아직도 몇 년치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도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그런 관점에서 봐 주는 게 좋다. 권력이 빠졌다 어쨌다고 하는데, 나는 처음부터 권력을 써본 일도 없으니까 권력을 놓을 일도 없다. 앞으로 남은 2년도 그런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으면 된다.

우리 대한민국이 정말 선진일류국가를 이룰 수 없더라도 나는 기초는 어느 정도 닦아놓고 가겠다. 다음 바통을 받은 사람은 좀 더 쉽게 갈 수 있고, 또 그다음 사람은 더 쉽게 갈 수 있다.

내가 늘 얘기하듯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것에 아주 긍지를 갖고 있다. "아이고 이런 나라 대통령이 뭐 해먹기 힘들다"라는 그런 생각이 나는 전혀 없다. 정말 나는 이 대한민국 국민의 대통령이라는 것을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개헌 논의가 진도를 나가게 하려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나 손학규 민주당 대표 등 개헌에 미온적인 분들과 직접 소통할 계획이 있느냐. 그게 안 된다면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인 개헌 발의권을 행사할 용의가 없느냐.

△그것은 생각할 여지도 없고. 밥 잘 먹고 등산 갔다 와서 그런 딱딱한 질문 하는 것 자체가 분위기에 안 맞는 질문이다. 다음에 정장하고 넥타이 매고 답변을 하기로 약속하겠다.

-남북정상회담 계획이 있는지, 그리고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과 조율이 필요한 것인지 밝혀달라.

△남북관계가 진정한 변화가 와야 된다는 것이 우리 국민들의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진정한 남북의 대화를 통해 남북이 정말 진정한 평화를 유지하고 양국이 서로 공존할 수 있고 또 공동 번영할 수 있는 길은 없겠는가 하는 게 우리 국민들의 생각이라고 본다. 국민은 어떤 도발이 있을 때는 강력하게 대응하고 한편으로 남북이 정말 평화를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두 트랙의 길을 바라고 있을 것이다.

금년이 북한도 변화를 가져와야 될 좋은 시기라고 생각한다. 북한이 변할 수 있다는 금년에 그래도 뭔가 변화해서 남북이 대화를 통해 북한이 변화를, 평화를 유지하고, 또 북한 주민들이 조금 숨 쉬고 살 수 있게 해 주는 기회가 되지 않겠느냐고 보고 있다.

북한이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는 것이 결코 우리에게도 좋다고 생각 안 한다. 같은 한민족이기 때문이다. 지난번 모 국가 정상이 나에게 물어봤다. 그분이 "김정은 그 친구 나이가 몇 살이냐"고 물어봐서 본 나이는 26살 일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대장이 아니냐고 물어봐서 대장이라고 그랬더니, 그 정상이 "나는 육사를 1등으로 나오고 별을 따는데 수십 년 걸렸는데 어떻게 26살이 하룻밤 자고 나서 대장이 됐느냐"고 했다. 같이 욕을 하고 싶어도 드는 생각이 같은 한 민족이 웃음거리가 되니까 대한민국 국민에게 부끄러운 일이라고 한편으로 생각도 했다.

금년 한 해가 세계 모든 나라들이 북한에 대해 변화를 촉구하고 있고, 또 북한도 지금 변화하는 것이 여러 면에서 가장 좋은 적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금년을 놓치지 않고 진정한 대화가 이뤄질 수 있기를 바라고 있고, 또 한국은 그러한 자세가 되어 있다.

남북 대화라고 하는 것은 주위 국가와 서로 협력할 필요가 있지만 미국과 사전에 협력을 한다는 그런 특별한 절차가 필요 없다. 이웃 6자회담에 참여하는 국가들과는 사후라도 우리가 서로 협의를 하면서 해 나갈 필요는 있다. 우리는 항상 열려 있다. 금년이 좋은 기회라는 그런 메시지를 북한에 주고 싶고, 또 많은 나라들이 북한에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고, 북한도 아마 많은 고민을 하고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한다.

-동남권 신공항과 과학비즈니스벨트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를 듣고 싶다.

△과학벨트도 그렇고 몇 가지 주제가 되고 있는 사안이 있다. 그것은 아마 상반기 중에 다들 정리가 될 것이라 본다. 법적 절차를 거쳐서 총리실에서 법적 날짜를 기다리고 있다. 동남권은 용역한 결과가 나온 이후에 그것을 결정해야 될 테니까 그렇게 하고. 법을 무시하고 무슨 용역을 줘서 검토가 나오기 전에 정치적으로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것은 어떤 경우에도 있을 수 없고, 합법적으로 또 합리적으로 논의가 될 것이다. 청와대가 정치적으로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총리 주재 하에 현재 법적으로 절차를 밟아서 진행을 해 합리적으로 논의를 해서 그런 몇 가지 문제들이 상반기 중에는 종결될 것이다. `와쌰와쌰' 정치한다고 `와쌰와쌰' 되는 것이 아니다. 선진인류국가로 가는 공정한 사회에서 공정한 방법으로 해결되는 것이 좋다. 정치적 해결은 항상 오히려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기다리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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