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에만 시공잔액 79억달러...건설사 '비상'

입력 2011-02-21 22:26 수정 2011-02-22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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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에서 촉발된 민주화 요구 시위가 중동과 북아프리카 등지로 번지면서 현지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들도 비상이 걸렸다.

흥분한 시위대들이 국내 건설사의 공사현장을 피습해 난동을 부리는가 하면 이번 사태가 산유국이 많은 아랍권까지 퍼져 수주물량 급감으로 금전적 손실까지 우려되고 있다. 시위가 과격해지고 있는 리비아에만 시공잔액이 79억달러에 달해 장기화 될 경우 공사대금 미회수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1일 국토해양부와 해외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최근 반정부 시위가 거센 리비아, 예멘, 이란, 모로코, 바레인 등 5개국에서 공사를 진행하는 국내 건설업체는 모두 37개(감리, 하도급업체 포함)에 이른다.

◇흥분한 시민들, 흉기까지 휘둘러= 지난 17일과 19일 리비아 데르나 소재 국내 모 건설업체의 주택건설 현장과 직원 숙소에 지역 주민들이 침입해 방화를 저지른 데 이어, 20일에는 벵가지의 주택건설 및 송전선 공사 현장에 각각 강도가 침입하는 등 국내 업체들의 피해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리비아 반정부 시위의 중심지인 벵가지 인근에는 7개 회사의 한국인 근로자 100여명이 상주하면서 주택과 화력발전소, 전기시설 공사를 하고 있다.

게다가 21일에는 상대적으로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수도 트리폴리 인근의 신한건설 주택공사 현장에도 시위대가 난입해 우리 근로자 3명이 경상을 입고 외국인 근로자 2명이 납치되는 사건까지 벌어져 신속한 대처방안이 요구된다.

우선 사태의 진앙지인 벵가지와 데르나 등 리비아 북동부 일대에서 현지 주민의 공격을 경험한 한국인 근로자들은 예식장 등을 임대해 임시 숙소로 쓰고 있으며, 소규모 공사장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은 규모가 크고 현지 군 병력이 지키는 대규모 공사 현장으로 거처를 옮겼다.

북동부보다는 리비아 남서쪽에서 주로 활동하는 대형 건설사들도 이날 트리폴리까지 시위의 불길이 번지면서 더 이상 사태를 방관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즈위티나 복합화력발전소와 미수라타ㆍ벵가지 발전소, 트리폴리 호텔과 병원 등 굵직굵직한 공사를 동시에 진행 중인 대우건설 관계자는 "벵가지 발전소는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공사가 99.9% 마무리돼 별 위험이 없다"면서도 "오늘 해외영업본부에 상황실을 설치하고 현지 동향을 파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부 지역인 알자위아에서 공사 중인 한일건설도 최근 현지 주민들의 위협적인 움직임을 감지하고 현장의 젊은 근로자들로 당번을 짜 불침번 경계근무를 서게 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회사 측은 "우리 공사장은 수도에서 서쪽이라 다른 곳보다는 안전하다"면서도 "아직까지 별다른 문제는 없지만 문제가 생기면 바로 항공권을 끊어서 한국인 근로자 100여명을 빠져나오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해당 업체들뿐 아니라 정부도 현지에 상주하는 우리 근로자들의 안전을 위해 외교당국과 긴밀하게 접촉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17일부터 도태호 건설정책관을 반장으로 하는 중동 대책반을 구성하고 외교당국과 공동으로 우리 건설근로자들의 안전대책을 수립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와 외교부는 각각 1명씩 오는 23일 리비아 현지 공관에 급파해 건설인력과 교민 보호를 전담하도록 할 계획이다.

◇발주물량 감소 우려..현장철수도 못해= 리비아를 비롯한 중동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국내 건설사의 수주에도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리비아는 국내 건설사에 있어서 세번째로 큰 해외건설 시장으로 역대 364억달러(294건) 규모의 공사를 수주해 전체 누계 수주액의 8.6%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우건설, 현대건설 등이 9개 현장에서 국가별 수주액 7위에 해당하는 19억달러를 수주했다.

튀니지, 이집트에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가 리비아에 이어 예멘, 바레인 등 중동 전역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면서 올해 해외건설 수주 목표 달성에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국내 건설업체들의 해외수주에서 중동지역이 차지한 비중은 66%로, 총 716억달러 중 472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한 대형 건설회사 관계자는 "중동은 국내 플랜트 수주 시장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전략적 요충지"라며 "당장 수주에 차질이 발생한 건 아니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수주물량 확보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단기적으로 공사가 중단되면서 공사 기성금 수령과 공정률 관리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고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현재 리비아에서 진행중인 공사는 총 21개사, 90억달러 규모로 이 가운데 시공잔액이 79억달러에 달해 반정부 시위가 계속될 경우 공사 진행 및 공사대금 수령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는 또 시위가 리비아 전역으로 확대되거나 장기화할 경우 공사 발주물량 감소로 국내 건설사의 수주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대책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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