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유혈사태에 국제사회 우려 잇따라

입력 2011-02-22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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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반정부 시위 진압 과정에서 대규모 유혈사태가 발생하자 국제사회는 폭력진압 중단을 잇따라 촉구하고 나섰다.

21일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발 외신 보도에 따르면 전투기가 시위대의 머리 위에서 저공 비행을 하고 있으며 저격수가 도심 곳곳에 배치되는 등 폭력 수위가 극에 달하고 있다. 민병대 차림의 괴한들이 시위대를 향해 발포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는 21일 일제히 유혈진압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 등을 발표했다고 AFP와 AP통신 등이 전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세계가 리비아 사태 전개를 경계 속에 주시하고 있다며 용납할 수 없는 유혈사태를 중단하라고 무아마르 카다피 대통령에 촉구했다.

클린턴 장관은 또 카다피 정권은 표현·집회의 자유 등 보편적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오바마 정부는 동맹국들과 함께 리비아 정부에 이같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EU는 이날 외교장관회의에서 시위대에 대한 탄압을 비난하고 폭력과 민간인 희생을 개탄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EU는 시위대에 대한 폭력을 즉시 중단하라고 리비아 정부에 촉구하고 양측에 자제심을 당부하면서, 개혁을 원하는 열망과 요구가 투명하고 포괄적이며 의미 있는 대화를 통해 리비아인 주도로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U는 서방이 지역안정을 유지한다는 이유로 독재정권을 지원했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정권의 개혁 의지에 따라 경제적 지원을 달리한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캐서린 애슈턴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우리는 이 지역에서 정치·경제적 개혁을 추구하는 국가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을 하기로 뜻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도 이날 성명을 통해 “평화로운 리비아 시위대를 향한 무분별한 폭력 사용에 충격을 받았다”며 “비무장한 민간인에 대한 폭력 중단을 리비아 당국에 요구한다”고 밝혔다.

라스무센 사무총장은 “민주주의야말로 장기 안정의 유일하고 굳건한 기초라는 게 내 신념”이라고 덧붙였다.

호세 루이스 자파테로 총리도 리비아 유혈진압을 비난하는 한편 지난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동유럽 민주화 당시와 마찬가지로 EU가 신생 민주주의 체제를 돕기 위한 재건 은행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비아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도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동맹이었던 카다피 정권 비난에 가세했다.

리비아는 이탈리아의 주요 석유 공급원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날 성명에서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리비아 내 폭력 고조와 민간인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폭력 사용에 경각심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일부 정상은 카다피 정권의 몰락이 임박했다고 전망했다.

이날 스페인 내 유대인 공동체 본부를 찾은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은 “카다피 없는 리비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이스라엘 없는 중동”이라는 카다피의 최근 발언에서 따 온 표현이다.

페레스 대통령은 최근 일련의 중동 반정부 시위와 관련 “현 상황은 희망으로 가득하다”며 “민주주의를 바라는 온건하고 젊은 시위대가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유엔 주재 리비아 부대사는 카다피가 대량 학살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하고 퇴진을 촉구했다.

이브라힘 다바시 부대사는 이날 유엔본부에서 CNN 등 언론과 만나 “카다피는 즉시 떠나야 하고 리비아인 살해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히고 카다피를 전범 재판에 회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바시 부대사는 유엔주재 리비아 외교관 일동이 카다피 퇴진을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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