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비정규직노조 임원들의 '조합비 유용' 사실이 밝혀지면서 노조 내부에서도 분열이 일어나고 있는 양상이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의 전 간부 최모씨(35)는 21일 "비정규직 노조 임원들이 조합비 2000여 만원을 유용했다"고 양심고백을 했다.
최씨에 따르면 노조 임원들은 지난해 4월부터 조합비 통장에서 돈을 임의로 빼내 노래방 유흥비와 복권, 사행성 게임장 비용 등으로 사용했다. 여기엔 이상수 지회장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정상적인 회계감사 등 검증절차가 없어 조합비 유용과 횡령이 비일비재했다"며 "일부 임원은 인출해간 돈을 아예 갚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최씨의 양심고백은 노조 측의 자체 조사에 결과, 결국 사실로 밝혀졌다. 이 지회장도 직접 '사과문'을 통해 사실을 인정했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돌던 '조합비 유용' 문제가 사실로 드러나자 노조원들은 혼란에 빠졌다.
현재 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엔 '집행부를 믿지 못하겠다'는 의견과 '휩쓸리지 말고 투쟁에 매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대립 중이다. 일부 노조원은 조합비 반환 소송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노조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내부 분열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난주부터 시작된 현대차 측과 사내하청업체의 징계 공세로 노조원들 사이에서 동요가 생기는 등 최근 들어 결집력에 문제가 생겼고, 여기에 '조합비 유용' 사건까지 터져 투쟁 명분을 잃었다는 평가다.
일각에선 현대차가 최씨를 이용해 '노조 흔들기'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와는 관계없다"며 "전 노조 임원 최씨가 스스로 양심고백 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