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에 몰린 카다피...'피의 내전' 현실화

입력 2011-02-24 06:51 수정 2011-02-24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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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분열·국제사회 압력 고조

반정부 시위대를 폭력 진압하며 국가를 내전 상태로 치닫게 한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궁지에 몰렸다.

카다피가 시위대와 싸우다가 순교자로서 죽을 것이라고 밝힌 이후 수도 트리폴리 일대에서는 그가 예고한 '피의 내전'이 현실화되고 있다.

유례 없는 수준의 참혹한 진압은 반정부 시위대 뿐만 아니라 카다피 내부 진영에서도 분노와 정권에 대한 회의를 확산시켜 이탈자가 늘어나는 등 카다피의 통제력이 상실되는 양상이다.

카다피와의 밀월 관계를 유지했던 유럽 국가 지도자들마저 강력한 비판에 나서고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하는 나라까지 나오는 등 국제사회의 압박 수준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아부델 파타흐 유네스 내무장관은 전일 카다피의 연설 직후 자신의 사퇴를 발표하고 군에 대해 시위대 지원을 촉구했다.

유네스 장관의 사퇴는 해외 주재 외교관과 일부 관료들의 잇단 유혈진압 중단 촉구 및 반 카다피 발언에 뒤어어 나온 것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반 카다피 세력이 장악한 제2의 도시 뱅가지를 폭력하라는 명령을 받은 전투기 조종사 2명은 23일(현지시간) 폭격 명령에 항명, 낙하산으로 탈출했다고 현지 뉴스 웹사이트 알-퀴라이나가 보도했다.

앞서 다른 전투기 조종사들도 수도 트리폴리의 반정부 시위대를 향해 공격하라는 명령을 거부하고 전투기 4대를 몰고 몰타로 망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다피가 무자비한 강경 진압을 선택했던 핵심적인 배경으로 지목된 리비아군에 대한 높은 장악력에 균열이 생기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은 현 상황에서 카다피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군 병력은 5000명 수준으로, 이들은 대부분 카다피가 직접 지휘관을 뽑은 부대들이지만 전체 리비아 정규군 4만5000명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영국 BBC방송은 정권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보안군은 카다피의 아들들 또는 핵심측근들이 이끌고 있어 일부가 이탈해 시위대에 가담하더라도 대세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분명한 점은 카다피가 이미 최고통수권자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온전한 국가원수'의 지위를 잃었다는 것이다.

프랑코 프라티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이날 벵가지를 주도로 하는 동부지역 키레나이카가 반정부 시위대의 통제에 넘어갔다고 밝혔다.

프라티니 장관은 현재 리비아 상황을 '내전 발발' 단계로 규정했다.

이런 가운데 카다피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유럽 각국에 리비아와의 모든 경제관계를 중단하고 제재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전일 리비아 사태에 대한 긴급논의를 가진 뒤 리비아 정부가 폭력적인 진압을 즉각 중단하고 국민들의 합법적인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유엔과 미국 인도 방글라데시 등의 리비아 대사와 외교관들에 이어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 주재 리비아 대사들도 유혈 진압에 항의하며 대사직을 사임하는 등 반 카다피 세력에 합류하는 재외공관장들도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카다피가 반정부 시위대의 요구를 받아들여 대화에 나설 경우 궁극적으로 이는 그의 퇴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시위대에 대한 강경 진압을 계속할수록 국제사회에서 그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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