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카다피...‘피의 내전’ 언제까지

입력 2011-02-24 10:35 수정 2011-02-24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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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유혈진압 국제규범 위반”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 복장을 한 영화배우가 23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의 유엔 건물 앞에서 카다피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베이루트/로이터연합)

반정부 시위대를 폭력 진압하며 리비아를 아비규환으로 치닫게 한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가 벼랑 끝에 몰렸다.

카다피가 시위대와 싸우다가 순교자로서 죽을 것이라고 밝힌 이후 수도 트리폴리 일대에서는 그가 예고한 ‘피의 내전’이 현실화하고 있다.

유례 없는 참혹한 진압은 반정부 시위대 뿐만 아니라 카다피 내부 진영에서도 분노와 정권에 대한 회의를 확산시켜 이탈자가 늘어나는 등 카다피의 통제력이 상실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제사회의 압박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반 카다피 세력이 장악한 제2의 도시 뱅가지를 폭력하라는 명령을 받은 전투기 조종사 2명은 23일(현지시간) 폭격 명령에 항명, 낙하산으로 탈출했다고 현지 뉴스 웹사이트 알-퀴라이나가 보도했다.

앞서 다른 전투기 조종사들도 수도 트리폴리의 반정부 시위대를 향해 공격하라는 명령을 거부하고 전투기 4대를 몰고 몰타로 망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다피의 무자비한 강경 진압의 배경으로 지목된 리비아군에 대한 높은 장악력에 균열이 생기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프랑코 프라티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이날 벵가지를 주도로 하는 동부지역 키레나이카가 반정부 시위대의 통제에 넘어갔다면서 현재 리비아 상황을 ‘내전 발발’ 단계로 규정했다.

이런 가운데 카다피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을 통해 “리비아의 반정부 시위대 폭력진압은 국제규범을 위배하는 것”이라면서 “리비아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하며 “리비아의 유혈사태를 종식시키기 위한 논의를 위해 오는 28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스위스 제네바로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날 연설은 리비아 사태가 발생한 이후 처음으로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미 국무부는 카다피의 자산동결, 조지 부시 행정부 당시 해제된 제재 조치의 복원, 리비아 상공의 비행금지구역 지정 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리비아가 이집트나 바레인 등 미국의 동맹국가와 달리 미국의 원조나 교류가 별로 없기 때문에 미국이 대리비아 제재 조치를 취한다고 하더라도 실효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카다피와의 밀월 관계를 유지했던 유럽 국가들도 폭력적인 진압을 고수하고 있는 카다피에 대한 규탄에 가세했다.

캐서린 애슈턴 EU 외교·안보 고위정책 대표는 EU 주재 각국 대사들이 참석한 회의를 주재한 뒤 내놓은 성명을 통해 “민간인에 대한 잔인한 진압과 폭력에 책임있는 자들은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U는 반정부 시위가 내전으로 치달은 리비아와의 모든 무기 거래를 중단하기도 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유혈 진압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은 그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면서 EU 차원의 제재를 촉구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폭력을 중단하지 않으면 제재를 포함해 리비아에 대한 모든 방법의 압력과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EU에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다피가 반정부 시위대의 요구를 받아들여 대화에 나설 경우 이는 궁극적으로 그의 퇴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시위대에 대한 강경 진압을 계속할수록 국제사회에서 그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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