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위기에 빠진 아일랜드 총선에서 제1야당인 통일아일랜드당(Fine Gael)이 집권당인 공화당(Fianna Fail)을누르고 역사적 정권 교체를 실현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 개표 결과 27일 오전 9시 현재 전체 166석 가운데 통일아일랜드당이 36.1%의 지지율로 59석, 노동당이 19.4%의 지지율로 31석, 공화당이 17.4%의 지지율로 14석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좌파인 신페인당이 9.9%의 지지율로 13석, 무소속이 12.6%의 지지율로 11석을 확보했다.
득표 추이와 출구 조사 등을 종합하면 통일아일랜드당이 70~80석, 노동당이 30-40석, 공화당이 20~30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화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했던 녹색당은 1석도 차지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60년 가까이 집권해온 공화당은 역사적인 참패와 함께 야당으로 전락하게 됐다.
주요 외신들은 아일랜드의 경기 침체와 은행 구제비용에 대한 유권자의 분노가 워낙 강해 이번 선거에서 아일랜드 정치 판도가 사상 최대 이변을 보일 것으로 일찌감치 점쳤다. 재정 위기 타개를 위한 고강도 긴축 재정책에 유권자들이 등을 돌린 것은 물론이다.
지난해 재정 위기를 계기로 아일랜드는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으로부터 850억유로에 달하는 구제 금융을 지원받았다.
이 결과 여론 지지율 조사에서는 통일 아일랜드당이 40%인데 반해 공화당은 겨우 15%에 그쳤다.
굿바디 스톡브로커의 더못 오리얼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선거의 쟁점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경제문제”라며 “이것은 이번 선거뿐아니라 향후 많은 선거에서 쟁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선거의 특징으로는 약 3주에 걸친 선거전 기간동안 여야 모두 거액의 국채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을 지적하는 소리가 자취를 감췄다는 점이다.
디폴트로 국채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입힐 경우 선거 후 신정권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배려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1980년대에 2기에 걸쳐 아일랜드 총리를 지낸 개럿 피츠제랄드 씨는 “디폴트에 빠지면 그 이후 아주 장기간동안 자금 차입을 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IMF는 작년 11월 구제금융을 지원받은 아일랜드의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25%로 확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은행 문제와 유로존에서 최대 재정적자에 빠진 가운데 좌파인 신페인당 등은 일부 채권자에 손실 부담을 요구하고 있지만 그 경우 아일랜드가 채권시장에 복귀하기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브라이언 레니한 아일랜드 재무장관은 지난 2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아일랜드는 해외 투자에 힘입어 고용을 유지해왔다"면서 “디폴트 사태가 발생하면 그것마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총선 결과 신임 총리에는 통일 아일랜드당의 엔다 케니 당수가 취임할 예정이다. 통일 아일랜드당은 중도좌파인 노동당과 연정을 구성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케니 당수는 새 정권 출범 이후 아일랜드에 대한 지원조건을 놓고 EU와 재협상에 나설 뜻을 밝혔다. 그러나 아일랜드의 재정 상황을 감안하면 새 정권도 긴축 노선을 답습할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 대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