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손보사들의 기부 규모가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그마저도 지난 연말 실적 부진을 이유로 대폭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석 달 동안 삼성화재·현대해상·동부화재 등 9개 손보사들이 기부한 금액은 총 85억8058만원으로 집계됐다.
업체별로는 삼성화재의 기부금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연말 석 달 동안 70억1151만원을 기부했다. LIG손해보험의 기부금도 10억3270만원에 달했다.
전체 손보업계 기부금 85억원의 대부분인 80억원 가량을 두 회사가 기부한 것이다.
그린손보와 흥국화재는 아예 기부금이 없었다. 현대해상과 동부화재는 각각 2억7000만원, 1억3000만원을 기부하는 데 그쳤다. 메리츠화재도 겨우 4800만원에 불과했다. 한화손보와 롯데손보의 기부금은 각각 6700만원, 1900만원 수준이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손보업계의 위상에 비해 기부금 규모가 너무 작다는 반응이다.
삼성생명의 지난 3분기 기부금은 168억원으로 손보업계 전체의 기부금보다 두 배 가량 많다. 대한생명도 지난 연말 석 달 동안 21억원을 기부했다. 최근 영업정지를 당한 부산저축은행도 지난 연말에 28억원을 기부했다.
러시앤캐시 브랜드로 알려진 에이앤피파이낸셜의 한 해 기부금 규모는 10억원을 웃돌고 있다. 기부가 통상 연말에 집중되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화재, LIG손해보험을 제외한 대부분의 손보사들이 대부업체보다도 적게 기부를 하고 있는 셈이다.
손보사들은 가뜩이나 적은 기부금을 지난 연말에 오히려 더 줄였다. 손보사들의 지난 연말 기부금 85억8058만원은 지난 2009년 같은 기간 117억1719만원보다 27%나 급감한 금액이다.
2010회계연도 2분기(2010년 4월~9월)까지 손보업계 기부금은 83억7115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3%나 늘었다. 하지만 연말 기부금 규모가 크게 줄면서 3분기 누적 기부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0.7% 줄어 들었다.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의 적자가 확대되면서 지난 3분기 손보사 실적이 크게 악화된 점을 기부금 감소의 요인으로 꼽고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쪽의 실적이 워낙 안 좋다보니 손보사들이 비용절감에 나서면서 자연히 기부금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3분기 손보업계의 총 당기순이익은 1636억원으로 2009회계연도 3분기 3815억원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9개 손보사 중 삼성화재를 제외한 8개사가 순익이 줄었다. 5개사는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광고선전비, 접대비, 전산비 등 소모성 경비를 묶은 일반 관리비는 대폭 증가했다. 손보업계의 일반 관리비는 1조51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4% 증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회적인 보여주기식 기부가 많으면 기업 실적에 따라 기부금이 출렁이게 된다”라며 “금융권은 공적인 역할을 하는데다 이미지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다른 업권에 비해 사회공헌활동에도 적극적인 편인데 손보업계의 사회공헌 문화가 아직은 다른 업권에 비해 많이 낮아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