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탈출에도 빈부격차…빈국 노동자, 발만 동동

입력 2011-02-2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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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의 내전으로 탈출 행렬이 줄을 잇는 가운데 일부 외국인 노동자는 출신국의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인해 현지에 발이 묶이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리비아는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 타도에 나선 시위대와 정부군이 충돌하면서 아비규환 상태. 각국 정부는 민간 항공기와 군사력까지 동원해 자국 국민의 탈출을 돕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프랑스가 리비아 수도인 트리폴리 주재 대사관을 잠정 폐쇄하고 공군기를 투입해 외교관 등 122명을 철수시켰다.

영국도 27일 특수부대와 공군기를 투입해 고립 인원 구출작전을 펼쳤고, 이외에 미국 중국 한국 터키 등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자국 국민의 리비아 탈출을 도왔다.

이런 가운데 한쪽에서 눈물을 삼키는 노동자들이 있다.

리비아 시위의 진원지인 벵가지 항구는 27일 수백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나와 영국 군함이 정박하는 장면을 부러운 시선으로 지켜봤다.

이들은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에서 객지로 돈벌이를 위해 나온 노동자들로, 자국 정부의 지원이 없어 리비아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인도에서 리비아로 돈을 벌러온 오마르 찬드 씨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돈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배가 아마도 내일 올 것”이라면서도 “장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리비아의 외국인 노동자는 150만명으로 추정되며 이들 대부분이 석유나 건설 관련 직종에서 일하고 있다. 출신국은 베트남, 방글라데시, 이집트, 몰타, 호주, 브라질, 가나 등이다.

이들 중에서는 회사에 맡겨둔 여권이 내전으로 불에 타 없어져 발이 묶인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들은 벵가지 주민들로 조직된 자원봉사대가 제공하는 급식과 병원을 통해 건강과 식사를 챙기고 있다.

벵가지 자원봉사 단체 대표는 “이웃이 어려움에 처해 있으면 인종이나 언어, 종교에 관계없이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벵가지 항구와 대학 내에서 생활하는 사람은 3000명에서 5000명에 달하며, 그 대부분이 방글라데시, 베트남, 가나, 에리트레아 출신자들"이라고 밝혔다.

외국인 노동자를 돕는 하이삼 자디르 씨는 “중국 터키 회사에선 모든 책임자가 탈출해 방글라데시나 베트남 등 가난한 나라 사람들만 남겨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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