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대정부 질문 일정을 마치고 3일부터 전체 상임위를 가동한다. 그러나 쟁점법안을 둘러싼 여야의 힘겨루기가 본격화 할 것으로 보여 2월 임시국회가 ‘민생’이 아닌 ‘정쟁’으로 얼룩질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 원내 사령탑인 김무성 원내대표는 이번 2월 국회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예금자보호법 등 시급한 민생법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서민여러분들의 고충을 반드시 해결하기 위해 집권여당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개헌 찬성론자인 김 원내대표는 “지금 (개헌)시기를 놓치게 되면 또 다시 20년을 기다려야 한다”며 “개헌준비법이라도 만들어서 19대 초기부터 논의해서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무상복지론’에 대해선 “독버섯은 겉보기에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법”이라며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2월 임시국회 반환점을 돌았다. 지난 27일 13개 법안만을 처리키로 민주당과 합의했다. 이에 따라 알맹이 빠진 합의라는 지적이 많다. 내달 12일까지 남은 회기 동안의 각오와 전략은?
▲이번 국회가 진정 서민을 위한 ‘민생·서민국회’가 되어야 함에는 여야간 이견이 없다. 전셋값, 기름값, 물가, 구제역 등 시급한 민생현안 해결과 대책 마련에 여야가 있을 수 없다. 최대한 빨리 합의를 이끌어 내어 서민생활 안정에 정치권이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민생 특위를 구성했다. 어떤 부분들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가?
▲이미 당정협의를 거쳐 △공공요금과 등록금인상 억제와 △수급조절을 통한 농축수산물 가격 안정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인하 하는 등 기름값 안정을 위한 조치를 마련했다. 또 △통신요금, 석유제품 등 독과점적 품목에 대해 경쟁을 촉진해 가격안정을 유도 △전세자금 대출 확대 및 금리인하를 통해 전월세 시장의 안정 △규제완화를 통해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민생 대책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으며, 관련 법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국회선진화법과 관련해 임시국회에서 어떻게 논의하실 계획인지?
▲이미 국회선진화 관련 법안 24건이 계류되어 있으며, 박지원 원내대표와도 이번 국회에서 운영위에 계류되어 있는 법안들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구체적으로는 △연례행사처럼 되어버린 국회폭력 방지 △합리적인 필리버스터제 도입 △의장의 직권상정 요건 강화 △의사진행 방해를 근절하기 위해 법안의 처리기간을 정하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자동상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들께 더 이상 부끄러운 모습 보이지 않도록, 이번 임시국회에서 우리 손으로 반드시 국회개혁을 시작하겠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예금자보호법’, ‘취업 후 학자금상환 특별법’ 등은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전세가격, 저축은행 부실사태 등 민생과 직결된 시급한 현안들임을 여야 모두 잘 알고 있다. 다만 그 방법론적인 차원에서 협의를 진행 중에 있으며,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고 계시는 서민여러분들의 고충을 반드시 해결하기 위해 집권여당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한·EU 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오류 논란에 김 원내대표도 정부를 강하게 비판 한 바 있다. 이로인해 비준안이 원점에서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EU FTA 처리 전망은?
▲먼저 국가중대사를 처리하는 데 있어서 신중에 신중을 기하지 못한 정부의 미흡한 처리가 안타깝다. 정부가 지난 24일 EU와 외교공한을 거쳐 정정을 합의하였고, 이를 국무회의에서 의결하여 지난달 28일 국회에 제출했고, 이미 EU 의회에서도 협정문을 비준한 만큼, 우리도 이번 국회에서 조속히 처리 할 예정이다.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FTA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하셨다. 한·미 FTA는 어떻게 진행하실 계획인지?
▲한미 FTA의 경우 미국 의회의 처리 상황을 보면서 진행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FTA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데, 사실 국토면적이 세계에서 108위인 대한민국이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결국 수출에 있다. 현재 우리나라 GDP의 82%를 무역에 의존하고 있어서 자유통상, 자유무역만이 살 길이다.
특히 당사자인 자동차 업계와 자동차 부품생산 기업들도 국회의 빠른 비준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인데, 대체 누구를 위한 반대인지 안타깝다. 이제 전세계 GDP의 약 55%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과 EU간의 FTA가 발효되면 우리는 미국, 유럽연합, 아세안과 인도 등 세계 3개 경제권과 FTA를 체결하는 세계 유일의 나라가 된다.
-논쟁이 일고 있는 민주당의 ‘무상복지’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결론적으로 증세 없는 무상복지는 존재할 수 없다. 결국, ‘무상복지’가 아닌, ‘세금복지’, ‘외상복지’인 것인데, 실제로 민주당에서도 경제를 이해하는 합리적인 의원들께서 무상복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들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겠는가. 전문가들은 민주당의 무상복지안을 실시하는데 매년 최대 50조원이 추가적으로 투입되어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는 결국 국민의 세금이자, 다음 세대의 세금 부담이 되는 것이다. ‘독버섯은 겉보기에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법’이다.
최근에는 보편적 복지의 원조국이라 하는 영국에서도 ‘복지정책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복지병’을 극복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내린 바 있고, 복지 포퓰리즘에 빠쳐 추락한 남미국가들, 무분별한 재정지출로 국민들을 고생시키고 있는 남유럽 국가들의 사례를 모두가 똑똑히 지켜보지 않았는가. 물론, 기본적으로 복지예산을 늘려가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다만 우선적으로 저소득층과 차상위 계층을 지원하는 등, 꼭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 제공하는 ‘맞춤형 복지정책’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박지원 원내대표가 개헌에 대해 논의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이로인해 개헌 특위 설치에 난항이 예상된다.
▲여론조사를 해보면 의원들의 90%이상이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그 시기와 방법에 대해 이견이 있을 뿐이다. 5년 단임제의 폐해, 심각한 국론분열, 매년 낭비되는 선거비용 등, 현행 헌법이 갖고 있는 문제점은 반드시 고쳐야 할 필요가 있다.
시간적으로도 지금이 가장 적기다. 특위만 구성하면 곧바로 논의에 들어갈 수 있는데, 만약 지금 시기를 놓치게 되면 또 다시 20년을 기다려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지금 시작해보고 만약 끝내 합의가 안 될 경우 개헌추진일정을 입법화하는 개헌준비법이라도 만들어서, 다음 19대 초기부터 논의해서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프로필]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부산 남구을)는 부산에서 지난 15대에서부터 내리 4선을 역임한 중진 의원이다.
부산 화랑초등학교과 한양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 원내대표는 지난 1987년 정계에 입문해 통일민주당 13대 대통령 선거대책본부 재정국장과 통일민주당 총무국장, 기조실 차장을 지냈다. 김영삼 대통령 후보 보좌역과 당선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행정실장을 거쳐 대통령 비서관과 내무부 차관을 지낸 대표적인 상도동계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에는 박근혜 후보 경선 대책본부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았다. 이후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김 원내대표는 친박계 낙천 의원들과 무소속 연대를 구성해 부산 남구을에 당선, 2008년 7월 한나라당에 복당했다.
지난 2008년 김 원내대표는 '친이-친박' 화합책으로 원내대표로 추대되려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반대로 원내대표직에 오르지 못하기도 했다. 지난 5월 삼수만에 원내대표에 오른 김 원내대표는 임기를 두달 가량 앞두고 있다.
▲부산 화랑초등학교 ▲경남중학교 ▲중동고등학교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최고위 정책과정 ▲부경대학교 명예정치학 박사 ▲동해제강(주) 전무이사, 삼동산업(주) 대표이사 ▲통일민주당 총무국장, 국회행정실장, 기조실차장 ▲민자당 의사국장, 의원국장 ▲제14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행정실장 ▲대통령 민정비서관 ▲대통령 사정비서관 ▲내무부 차관 ▲제15~18대 국회의원
민철 기자 tamad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