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뮤지컬 메노포즈

입력 2011-03-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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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풀린 그녀들 중년의 객석과 하나돼

▲메노포즈의 네 주인공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윤표,이영자,김현진,홍지민(사진 제공 뮤지컬 헤븐)

40~50대 여성에게 갑자기 찾아오는 갱년기.

폐경으로 여성 호르몬은 줄어들고 불면증에 온몸은 뜨거우며 리모콘을 가방에 넣고 다니는 등 정신줄 놓는 상황이 점점 많아진다.

뮤지컬 ‘메노포즈’는 네 명의 중년 여성들(전문직 여성, 한물간 연속극 배우, 전업주부, 웰빙주부)이 백화점 란제리 매장에서 우연히 만나 속옷을 놓고 티격태격하다 자신들이 갱년기 증상을 겪고 있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고 대화를 통해 이를 극복해 나간다는 내용의 이야기다.

지난해 4월 5차 공연(서울 기준)을 마치고 재개된 2011년 뮤지컬 메노포즈는 고급스럽고 화려한 보라색과 빨간색을 사용해 강렬한 무대 색감을 연출해냈다. 배우들의 의상은 갱년기 해결 전후를 오롯이 느낄 수 있게 변화의 폭을 넓혔다.

무대구조물은 공연 대기실에 노란 전구로 둘러싸인 화려한 화장대를 크게 확장한 형태로 제작됐다. 신체적으로는 여성의 특징이 점점 사라지고 있지만 여전히 여자로 인정받고 싶은 갱년기 여성들의 마음을 무대 장치에 투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갱년기를 소재로 한 만큼 공연장을 찾은 중년 관객들을 위한 배우들의 배려가 돋보였다. 100분간 진행되는 뮤지컬이 지루하지 않도록 극 중간에 배우들이 진행자로 나서 관객들에게 대화를 시도하고 관객들 중 가상 인물을 설정해 참여를 유도했다. 관람석에서 배우들이 관객과 손을 마주치며 직접 공연을 펼치기도 해 인터미션 없이도 관객들이 계속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등장 음악들도 1960~80년대를 대표하는 팝송인 'YMCA‘, ’Only you', 'Stayin' Alive', 'Lion Sleeps tonight', 'What's love got to do it' 등 귀에 익숙한 멜로디를 개사해 불러 중년 관객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전문직 여성을 연기한 홍지민은 ‘뮤지컬 스타’ 답게 풍부한 성량과 뛰어난 사투리 연기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이영자는 ‘전업 주부’ 역할을 맡아 20년 넘게 방송에서 다져온 내공을 마음껏 펼쳐냈다. 이영자는 등장 인물 가운데 유일하게 현실 속 코미디언‘이영자’ 와 뮤지컬 배우‘이영자’를 넘나들며 다른 뮤지컬 배우들이 흉내낼 수 없는 색다른 재미를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김현진도 농사짓는 채식주의자 ‘웰빙 주부’역을 무리 없이 소화해냈다.

반면 ‘한 물간 연속극 배우’역 이윤표는 대사할 때 콧소리를 많이 내 답답했고 네 주인공이 함께하는 춤동작 부분에서도 자신감 없는 안무를 선보여 미흡한 완성도를 보였다. 공연 초반이라 아직 맡은 역할에 100% 몰입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공연 마지막 부분에 노래방을 연상시키는 성우의 멘트도 뮤지컬의 격을 떨어뜨렸다. 관객들이 노래방 분위기를 기대하고 거금을 들여 관람하러 온 것은 아닐 터.

한편 뮤지컬 메노포즈는 두산 연강홀에서 오는 5월 15일까지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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