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무릎을 꿇었다. 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 자리에서다.
소망교회 장로이자 독실한 개신교 신자인 것은 널리 알려진 얘기지만, 대통령이 공식행사 석상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린 것은 사상 처음인지라 파장이 크다. 더구나 이슬람채권법(수쿠크법)을 두고 대통령 ‘하야’까지 언급하는 등 기독교의 반발이 큰 시점이어서 이 대통령이 직접 기독교 달래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낳고 있다.
이날 풍경은 기도회 순서 중 합심기도를 주재한 길자연 목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가 “이 시간 우리는 다 같이 무릎을 꿇고 하늘 향한 우리의 죄의 고백을 기뻐하시는, 진정으로 원하시는 하나님 앞에 죄인의 심정으로 통성기도를 하자”고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길 목사는 조용기 목사와 함께 이슬람채권법 반대운동을 주도하는 대표적 인사다.
이 대통령은 길 목사의 제안에 김윤옥 여사와 함께 무릎을 꿇었다. 단상 아래에 있던 제일교회 집사인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기도에 동참했다.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무릎 꿇고 기도하는 진풍경이 벌어진 것이다. 길 목사는 “국가조찬기도회가 시작된 이래 대통령이 무릎을 꿇은 건 처음이다”며 기뻐했다.
이에 대해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합심기도를 어떤 형태로 진행할지는 인도하는 목사님에게 전적으로 달려 있다”며 “(이 대통령은) 인도자의 말을 따랐을 뿐”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대통령 하야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는 해외일정을 이유로 이날 기도회엔 참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