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영은 100미터 미인 불과”

입력 2011-03-04 11:00 수정 2011-03-0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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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인터뷰]“4대 민생대란 집중 추궁…강원지사 선거 꼭 이긴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2일 강원도지사 재보선 상대후보로 유력한 엄기영 전 MBC 사장에 대해 “엄격히 말하면 100미터 미인이다. 알고보면 별 내용이 없다”고 치부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앞에서는 엄기영 앵커로 유명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허상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MBC 간판뉴스를 맡아 인지도에서 앞서갈 뿐 이는 대중적 허상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박 원내대표는 또 “국민 누구한테 물어봐도 엄 후보는 민주당이었다. 그런데 한나라당으로 갔다”며 이른바 정치적 변질에 대한 불쾌감을 내비친 뒤, “이길 자신감이 있다. 분명히 이긴다”고 승리를 장담했다.

박 원내대표가 제일 중요한 선거로 강원도지사 선거를 꼽을 만큼 강원도지사 재보선은 4.27재보선 전체를 좌우할 핵으로 부상했다. 그만큼 졌을 경우 파장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방증이다.

민주당은 순천의 경우 향후 원활한 야권연대를 위한 포석으로, 김해는 친노 진영의 책임 하에, 분당은 한나라당 텃밭이란 이유로 결과에 대한 책임사유를 사실상 면책했다. 그러나 ‘이광재 부재’로 치러지는 강원도지사 재보선만큼은 그 어떤 책임면피도 있을 수 없어 당의 사활을 걸고 있다.

그는 또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잠입 문제로 불거진 국정원 사태 배경에 대해 “원세훈 국정원장이 (‘형님’ 이상득 의원 측근인) TK라인을 전부 배척한 데 따른 후폭풍이 나타나고 있다”며 여권 실세들 간 권력투쟁으로 규정한 뒤, “원 원장이 사퇴하는 길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깊숙한 정보력과 날카로운 입담을 과시하며 한나라당에 맞서는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제1야당을 이끄는 원내대표로서 남은 회기 동안 임하는 각오와 전략은.

▲민주당은 이번 임시국회를 민생국회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4대 민생대란, 즉 구제역사태, 전월세대란, 물가폭등, 실업문제에 대해 (정부를) 추궁하고, 정책적 답을 얻어내려 한다. 그리고 (정부는 답으로 내놓은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또 지난 12월8일 날치기한 법안에 대해서도 원상복구를 시도하겠다. 아울러 예산 관련해서도 복지예산이 추경에 편성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지난 원내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형님’ 이상득 의원을 겨냥한 발언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실세 간 권력투쟁과 여권 분열 등을 예상한 사전포석 아니냐는 해석이 있는데.

▲꿈보다 해몽이 좋던데.(웃음) 현재 정치구도와 국민갈등, 그리고 성공한 이명박 대통령을 위해서는 그런 결단(이상득 의원의 정계퇴진)이 필요하다는 충정에서 말씀드린 것일 뿐, 그 이상 더 얘기하는 것은 아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아직은’에 방점이 찍혀있는 것 같다. 때가 되면 말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권말기로 갈수록 실세, 또는 측근들 비리가 터져 나올 것이라 예상하나.

▲역사가 그랬다. 항상 보면 (집권) 4년째는 측근들이, 5년째는 친인척들이, 그리고 임기가 끝나면 전직 대통령들이 모두 고초를 겪질 않았나. 이런 질곡의 역사를 끊어야 된다는 차원에서 말한 것이다. 대통령께서 잘 하시리라 믿는다.

-당내 일각에서 손학규 대표의 분당乙 출마에 대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유력인사들의 잇따른 불출마로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인데.

▲지금 구제역 전세대란 등 4대 민생대란이나 (악화된) 남북관계 등 여러 가지로 봐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심판은 가혹하리라 본다. 일부에서 손학규 대표에 대한 차출론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손 대표가 강원도에서 2~3년 살았고, 강원도에 대한 인연도 누구보다 강하고, 지역의 지지도 높고, 또 지금 제일 중요한 선거가 강원도지사 선거이기 때문에 당대표로서 중심에 서서 선거를 이끄는 게 당을 위해 보다 바람직하다고 본다.

-강원도지사 선거가 재보선 성패를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여야를 막론하고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졌을 경우 불어 닥칠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지도부 책임론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데.

▲이길 건데 뭐 하러 지금 패배하는 것을 걱정하나. 충분히 이길 자신감이 있다. 분명히 이긴다. 지금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는 국민 누구한테나 물어봐도 민주당 쪽이었다. 그런데 한나라당으로 갔다. 엄 후보는 엄격히 말하면 100미터 미인이다. 앞에서는 엄기영 앵커로 유명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허상이 많다.

-손학규 대표와의 갈등은 일단락됐나.

▲그때도(영수회담, 2월국회 등원 등을 놓고 손 대표와 박 원내대표 간 불협화음이 있었다) 갈등은 없었다. 그런데 우리가 부자지간도 아니고 형제지간도 아닌데 이견이 있을 수 있는 것 아닌가. 또 정치하다 보면 늘 같을 순 없다. 어떻게 일치하겠나. 사전에 얘기해서 조정하고 또 사후에도 서로 얘기하고 이해해서 민주당이 잘되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지, 갈등이 남아있는 것은 아니다. 한나라당은 그럼 (당내 갈등으로) 이미 예전에 깨졌을 것이다.

-민주당의 대안 부재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여타 주자들을 압도하는 ‘박근혜 대세론’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박근혜 의원)개인한텐 행복한 일 아니겠나. 그런데 역대선거로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더라. 박찬종 전 의원은 대통령, 서울시장만 나오면 처음엔 1등 했다. 이회창 대표도 9년 10개월 동안 1등 했지만 마지막 한 달을 잘못해서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되지 않았나. 이인제 의원도 민주당에서 4년6개월 대선후보 1등이었는데 막판에 노무현이 태어났다. 그래서 저는 내년 총선결과를 통해 어떤 후보가 나타날 것인지 의문이고, 또 민주당에도 손학규 대표를 필두로 4~5명이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4~5명 외에 눈여겨보는 주자는 있는가.

▲없다. 있더라도 그런 거 말하면 분란난다.

-민주당 입장에선 세종시 문제를 비롯해 현 정부 실정에 대한 반대급부를 박근혜 의원이 독차지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있는데.

▲박근혜 의원은 필요할 때만 얘기하니 과실 좀 따간다고 해서 대통령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신경 안 쓴다.

-국정원 사태 관련 원세훈 원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보나. 이번 국정원 사태 배경에 실세들 간 권력암투가 있었던 것으로 보나.

▲(잠입을) 인정하면 외교적, 국가적 문제가 되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고 하는데 그건 국민이 몰랐을 때 하는 얘기지, 지금 세계적으로 다 알려진 상황 아닌가. 인정하고 사과하고 정리하는 게 좋다. 그러자면 원세훈 원장이 사퇴하는 길밖에 없지, 무엇으로 진정성을 표시하겠나. 원세훈 원장이 TK라인(이상득 의원의 핵심측근인 김주성 전 기조실장)을 전부 배척했다. 거기에 대한 후폭풍이 나타나고 있는데, 결국 그런(권력투쟁) 것 아니겠나.

-3.1절 기념식장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영수회담 제의가 있었다. 성사 가능성은.

▲무엇보다 청와대의 진정성이 필요하다. 청와대 비서실에서 출입기자들게게 ‘기념식장에서 영수회담 제의할 테니 대기하라’고 예보했다. 민주당 출입기자들에게도 당연히 (그 내용이) 패스됐다. 기자들로부터 (제게) 전화가 오는데 ‘과연 그렇게 되겠느냐’고 했다. 지난번엔 (이 대통령이) TV에 나와 국민한테 영수회담 하겠다고 했는데, 또 민주당이 조건을 거두었는데도 아무 소식 없이 (채널이) 끊겼다. 이번에도 기자들 준비시키는 비서실이나, 그걸 영수회담 제의로 발표하는 청와대 대변인이나 진정성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 아닌가. 우리도 대통령을 비판하지만 최소한의 예우는 갖춰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께서 제1야당 대표에게 그리 (제의)하는 것은 도리에 어긋났다, 금도에 어긋났다고 본다. 그런 식의 영수회담은 없을 것이다.

-마지막 질문이다. 차기 당권에 도전할 의사는. 당내에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인데.

▲저는 일단 5월 중순까지 원내대표이기 때문에 여기에 올인해서 민주당 존재감을 확인시키고 국민에게 희망 주는 데 앞장서겠다. 그렇게 평해주는 건 감사하지만 결정은 안했다.

[프로필]박지원 원내대표는 92년 14대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투신했다. 80년대 뉴욕한인회장 시절, 당시 미국에 망명 중이었던 DJ와의 만남이 정계입문 배경이다. 인연은 이후에도 계속돼 김대중 정부 시절 공보수석, 문화부 장관, 비서실장 등을 거쳐 ‘영원한 DJ맨’으로 살게 했다. 18대 총선으로 다시 자존심을 세운 그는 민주당 복당 후 정책위의장을 역임한 뒤 2010년엔 원내수장에 올랐다.

▲전남 진도 출생 ▲목포 문태고 ▲단국대 상학과 ▲목포대 명예법학박사 ▲조선대 명예경제학박사 ▲국민훈장 동백장 ▲청조근정훈장 ▲동서양행 뉴욕지사장 ▲데일리팻숀스 대표 ▲미국 뉴욕한인회장 ▲14대 국회의원 ▲민주당 대변인 ▲국민회의 대변인 ▲김대중대통령당선자 대변인 ▲대통령비서실 공보수석 ▲2대 문화관광부 장관 ▲대통령비서실장 ▲18대 국회의원 ▲민주당 정책위의장 ▲민주당 원내대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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