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물밑 움직임 ‘감지’

입력 2011-03-0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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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리 접촉 징후 포착돼

한반도 정세가 전반적인 교착국면에 빠져든 가운데 남북 정상회담을 겨냥한 물밑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 당국자들은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으나 남과 북이 정상회담 개최를 목표로 중국이나 제3국에서 비밀리에 접촉하고 있는 징후들이 포착되고 잇다.

복수의 대북 소식통은 9일 "우리는 언제든지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며 "한반도 평화구축과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인데, 북한은 자꾸 쌀을 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특히 남북이 지난 1월 중국에서 정상회담을 목표로 비밀 접촉을 했다는 일본 아사히신문 보도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정부 고위당국자는 8일 외교부 출입기자들에게 "다른 회담을 다 하면서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정부가 굳이 반대할 이유가 어디 있느냐"며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밝히고 "다만 지금 단계에서 추진한다거나 그런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의 가시적인 움직임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양측이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가운데 일정한 물밑작업이 진행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남북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여권 내부의 공감대가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실적으로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남북간 교착국면을 풀어내려면 양측 최고지도자가 직접 나서서 대승적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견해들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지난 군사 실무회담 결렬에서 확인된 것 같이 천안함.연평도와 핵, 식량지원, 귀순자 문제 등 큰 틀의 현안을 해결하려면 실무적 차원의 접근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큰 틀의 변화와 접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고위 외교소식통은 "최근에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싶다. 그런데 북한이 변하지 않고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정상회담 추진론의 이면에는 대내외적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6자회담 재개 흐름과 이를 둘러싼 미.중의 움직임이 변수다.

현재 우리 정부는 남북대화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한 이후 6자회담을 재개하는 '선(先) 남북대화, 후(後) 6자회담 재개' 기조를 정리하고 미.중.일.러 등 주변 4강으로부터 동의를 얻어놓은 상태다.

특히 강력한 동맹국인 미국으로부터 사실상의 '맨데이트(권한)'를 부여받아 전반적인 6자회담 재개와 대화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평가다.

그러나 남북간 군사 실무회담이 결렬된 이후 대화재개의 첫단추로 지목된 남북대화는 장기 교착국면에 빠져들고 있고 이후 북한 주민 4명이 귀순하는 사건까지 벌어지면서 상황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시간표'가 넉넉지 않은 점이다. 6자회담의 복원을 통해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를 원하는 미.중으로서는 남북대화의 진전을 마냥 기다려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일반적 관측이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로서는 남북관계에서 보다 큰 틀의 해법을 마련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국내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진 여권으로서는 국면전환을 위한 '빅 카드'가 필요한 상황이다. 또 남북관계가 풀리지 않은 채 이대로 갈 경우 차기 총선과 대선에 불리하다는 정치적 판단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김정일 정권으로서도 정상회담 카드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는 게 대북 소식통들의 관측이다. 내년 강성대국 건설을 앞두고 김정은의 후계구도를 안착시키고 갈수록 심화되는 경제난을 해소하려면 정상회담을 추진할 유인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도 남측 동향을 보고 있는 것 같다"며 "남측의 진짜 입장이 어떤 것인지, 누가 정상회담을 맡아서 하는지를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상회담 추진 시기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는 정치일정상 올 상반기가 적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정상회담 추진의 '정치적 필요성'은 커지고 있으나 실제로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무엇보다도 정상회담 의제를 둘러싼 남북간 입장차를 조정하는 게 만만치 않은 과제다. 특히 북한이 천안함ㆍ연평도 도발에 대해 태도표명을 함으로써 '매듭'을 풀어야 한다는 게 우리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다.

이에 대해 북한은 천안함ㆍ연평도 도발에 대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은 채 대북 쌀 지원을 정상회담의 조건으로 내걸고 있어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정부 주변에서는 남북이 정상회담을 전향적으로 성사시키기 위해 북한은 쌀 지원 요청을 하지 않고 남측은 정상회담 의제와 형식에 있어서 유연성을 발휘하는 선에서 접점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측이 정상회담 대가로 선(先) 대북지원을 요구하지 않고, 이산가족.납북자.국군포로 및 한반도 안정화와 비핵화 등의 의제와 형식에 동의하면 남북 정상회담은 충분히 열릴 수 있고, 이 자리에서 천안함.연평도 문제도 일괄 타결형식으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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