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일본發 대지진ㆍ쓰나미 공포에 '덜덜'

입력 2011-03-11 23:01 수정 2011-03-12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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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강타 우려...각국 "더블딥 막자" 지원 행렬

일본 도호쿠 지방에서 11일 발생한 150년래 최악의 강진 여파가 주변국으로 확산되면서 전세계가 대지진과 쓰나미 공포에 떨고 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정세 불안이 장기화하고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이번 일본발 대지진 악재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경제에 가공할만한 충격을 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열도 아비규환 = 11일 오후 중북부를 강타한 최악의 지진과 대형 쓰나미로 일본 열도는 아비규환에 빠졌다.

이날 지진의 규모는 일본에서 150년만에 가장 강력한 것이다. 지난 1995년 1월 발생한 고베 대지진 당시 규모는 7.2였으며, 지난 1923년 9월 무려 14만여명의 사망자를 낸 간토 대지진은 7.8이었다.

일본 기상청은 이번 지진의 규모를 7.9로 발표했다가 8.8로 수정했고,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8.9라고 밝혔다. 도호쿠 지방의 진도는 최고 7로 관측됐다.

오후 10시52분 현재 7개 대도시에서는 사망자가 400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실종자도 100여명을 넘는 등 인명 피해가 겉잡을 수 없이 불어나고 있다. 센다이시에서는 200~300명 가량의 시신이 한꺼번에 발견되기도 했다.

또 선박과 차량, 건물이 쓰나미로 역류하는 바닷물에 휩쓸려 큰 피해가 발생하고 원전의 가동이 중단됐으며, 정유공장에 화재가 발생하고, 교통과 통신이 두절되는 등 대규모 혼란을 빚고 있다.

전력공급이 중단된 가운데 날이 어두워지면서 동북부 해안 지역은 암흑천지다. 도후쿠 지방 440만가구, 간토지역은 405만호의 전기공급이 끊겼다.

일본 정부는 행정력을 총동원해 피해 상황 파악과 구조에 나서고 있지만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 지 난감한 상황이다.

◆일본발 대지진 공포, 전세계로 확산 = 일본에서 강진이 발생한 이후 태평양 전체 연안국가들에 대해 쓰나미 경보가 발령되면서 전세계가 대지진 공포에 떨고 있다.

미국 쓰나미 경보센터는 이날 일본 동북부 지진에 따른 쓰나미 경보를 호주, 남미 등을 포함한 사실상 태평양 전역에 대해 확대 발령했다.

앞서 하와이의 태평양쓰나미경보센터는 일본과 러시아에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고 대만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하와이 괌 등 태평양 연안의 섬에서도 쓰나미에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일본의 강력한 지진 발생 이후 쿠릴열도에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고 필리핀은 이날 일본 지진 발발 이후 동부 해안의 19개 지역에 쓰나미 경보를 상향했다.

대만도 동부와 북동부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쓰나미에 주의하라고 경고했다.

칠레 정부는 이날 태평양 연안에서 쓰나미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경보를 내렸다. 그러나 주민들에 대한 대피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칠레는 지난해 2월 27일 새벽 발생한 규모 8.8의 강진과 이어진 쓰나미로 524명이 사망하고 31명이 실종됐으며, 300억 달러에 달하는 재산 피해를 봤다.

◆ 일본발 글로벌 경제위기 조짐 = 일본의 강진은 세계 금융시장에 직격탄을 날리며 새로운 글로벌 경제위기의 시작을 예고하고 있다.

도쿄증시에서 닛케이225지수는 전날보다 179.95포인트(1.72%) 급락한 1만254.43으로 지난 1월31일래 최저치로 하락했다. 싱가포르에서 닛케이225지수 선물은 1만선이 붕괴됐다.

중국과 홍콩 대만 등 아시아 주요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고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 증시도 장 초반 1% 가까이 급락하며 일본 강진의 직격탄을 맞았다.

일본 채권시장에서는 국채 거래가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졌고, 외환시장에서 엔화 값은 달러당 83.29엔을 기록, 지난달 22일 이후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전문가들은 최근 재정위기로 인해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로부터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굴욕을 겪은 일본 경제가 이번 지진 사태로 또다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컨설팅 업체인 액션이코노믹스의 데이비드 코언 애널리스트는 "지진 피해로 일본 국내총생산(GDP)이 1% 가까이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한 세계적인 경제학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일본에게 최악의 상황에서 최악의 지진이 발생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다만 그는 “경제 복구를 위한 재정 지출이 있을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경제활동이 약해지겠지만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가까운 장래에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일본발 더블딥 막자"...국제사회 도움 행렬 = 일각에서는 이번 지진으로 일본 산업계를 대표하는 자동차, 반도체, 철강, 화학산업이 상당한 피해를 입을 것 보고 있다.

특히 이들 산업은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에도 직ㆍ간접적으로 연결돼 있어 자칫 글로벌 경제가 또다시 '더블딥'의 동반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 최근 잇단 돌발변수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현상이 심화할 경우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이 요동칠 수 있으며, 이는 실물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앞두고 잇따라 개최될 예비 회의에서 일본 강진에 따른 국제적 공조방안이 논의될 것이라는 전망도 일찌감치 나오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일본의 강진 피해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미국은 엄청난 시련의 시기에 놓여 있는 일본 국민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도 이날 각료회의에서 "물론 우리는 이웃국가가 이번 지진에 따른 피해를 극복하는 데 도울 준비가 돼 있다"며 지원 의사를 밝혔다.

중국 신화통신도 이날 첸 지안민 중국지진청장의 말을 인용, 중국 정부가 구조팀을 일본 현지로 파견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엔은 지진 직후 실종자 수색을 위해 다국적 국제구조팀 파견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국제사회가 앞다퉈 일본 지원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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