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상 최악의 강진이 열도를 덮치면서 산업계의 피해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수출 의존도 높은 일본의 경제 구조상 성장 동력원인 산업계의 타격은 경제 전반에 심각한 후유증을 동반할 전망이다.
일본 동북 지방 태평양 연안에서 11일 오후 발생한 규모 8.8의 강진 영향으로 혼다 닛산 소니 기린 등 현지에 들어선 공장들의 가동이 일제히 중단됐다.
이들 업체는 부품 조달과 시설물 파손 규모가 만만치 않아 망연자실이다.
특히 일본 자동차 빅3가 일제히 가동을 중단해 관련 부품 업계에까지 큰 파급이 미칠 전망이다.
혼다는 오는 14일부터 4개 공장에서 생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피트’등을 생산하는 미에현 스즈카시에 있는 스즈카제작소와 ‘어코드’ 등을 생산하는 사이타마현의 사야마제작소, 엔진 부품을 생산하는 도치기제작소의 신오카 공장, 트랜스미션을 생산하는 하마마쓰제작소 등 4곳이다.
혼다의 도치기연구소에서는 남성 직원 1명이 사망했고, 도치기현내의 공장 등 3개소에서는 30명 가량이 부상했다.
닛산자동차도 이바라키현 히타치항에서 대미 수출용으로 출하 예정이던 ‘인피니티’ 등 차량 1300대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번 강진의 진원지인 미야기현에 있는 미야기서비스센터에 보관하던 신차 1000대도 갑자기 밀려온 쓰나미에 휩쓸린 것으로 전해졌다.
닛산은 오는 14일 옷파마와 요코하마, 도치기, 이와키, 규슈 등 모든 공장의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다.
앞서 도요타자동차 역시 미야기현 내에 있는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강진 발생 직후 도요타 도호쿠, 센트럴자동차, 간토자동차공업 등 강진 진원지에 있는 공장의 가동을 일제히 중단했다.
전기업계의 피해도 만만치않다.
소니는 미야기현과 후쿠시마현 공장 6곳이 쓰나미에 휩쓸리면서 가동이 멈췄다. 특히 블루레이 디스크 등을 생산하는 미야기현 다가조공장에선 직원 1159명과 인근 거주자 110명이 신속히 높은 곳으로 피해 간신히 목숨을 건진 것으로 알려졌다.
소니는 모든 공장에서 큰 피해가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설비 점검 차원에서 가동을 일제히 중단했으며, 조업 재개 시기는 아직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시바도 시스템LSI(대규모 집적회로)를 생산하는 이와테현 기타카미시의 반도체 공장이 조업을 중단했다.
파나소닉도 자회사 공장 가동을 중단시켰다. 산하 AVC의 후쿠시마 공장과 센다이 공장, 파나소닉 전공의 고리야마 공장, 산요전기의 도쿄제작소 등에서는 부상자도 나왔다.
맥주 업체인 기린은 센다이 공장에서 맥주저장탱크 4기가 파괴된 것으로 전해졌다. 기린은 제품 창고가 쓰나미로 인해 잠겼다며 직원들은 모두 무사하지만 10명 가량이 실종됐다고 전했다.
제품 창고가 무너지는 등의 피해를 입은 삿포로홀딩스도 공장 3곳의 조업이 중단됐다.
통신업계 역시 불통으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일본 최대 통신업체인 NTT도코모는 기지국 6570개에서 서비스를 중단했고, KDDI도 일부 지역에서 서비스가 중단됐다. 소프트뱅크에서도 통신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 복구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한편 나리타공항과 센다이공항 등이 폐쇄되면서 항공편 결항이 잇따라 승객들의 발이 묶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항공은 12일 국제선과 국내선 총 127편이 결항돼 2만730명의 발이 묶였고, 전일본공수도 국제선과 국내선에서 70편이 결항돼 7500명이 애를 태웠다.
이번 강진으로 일본 전역에서는 사망자와 실종자가 1600여명을 넘어섰고, 도로 파손 등으로 1만1000여명이 고립돼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지진의 규모는 지난 1995년 1000억달러 이상의 경제적 손실을 낸 고베 대지진보다 크지만, 지진에 따른 손실액은 그보다 적은 수백억 달러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본이 장기불황에서 탈출하고 재정적자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만큼, 이번 지진으로 인한 경기 침체가 일본의 재정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 런던 소재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보고서에서 이번 강진의 '타이밍'이 굉장히 좋지 않다며, 이로 인한 경제ㆍ사회적 손실이 커지는 점을 고려하면 경제위기를 탈출하려는 일본의 의지와 노력도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컨설팅업체인 액션이코노믹스의 데이비드 코언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 볼 때 지진피해로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이 1% 가까이 줄어들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번 강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미야기현은 일본 GDP의 약 1.7%를 담당하는 지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