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가 최근 급등해 증시 수급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CD 금리의 변동이 커지면 선물시장과 연계된 차익거래의 기회도 많아진다. 증시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선물을 매수하고 현물을 매도(프로그램 매도)하는 매도차익거래가 크게 늘면 지수의 상승을 가로막는 복병이 될 수 있다.
◇CD 금리급등…프로그램매물 '주의보'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91일물 CD 금리는 무려 0.59%포인트 급등해 3.39%까지 치솟았다.
올 연말까지 기준금리는 2∼4차례 정도 더 오를 전망이다. 이 전망이 맞는다면 기준금리와 0.4∼0.5% 수준의 스프레드(금리격차)를 유지해 온 CD 금리는 최대 4.5%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
CD 금리 상승은 코스피선물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선물(코스피200선물)과 현물(코스피200지수)간 가격 차이를 이용해 이익을 추구하는 차익거래의 기회가 늘기 때문이다.
이중호 동양종금증권[003470] 연구원은 "CD 금리가 올라 선물 이론가격에 영향을 주면서 차익거래도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차익거래는 선물 시장가격과 이론가격(현물+CD금리-배당률) 간의 차이를 계산해 선물을 매수 또는 매도하고, 기계적인 매매 방식인 프로그램매매를 통해 현물 주식을 팔거나 산다.
시장가격이 이론가격을 웃돌면 고평가된 선물을 팔고 저평가된 현물을 사고, 시장가격이 이론가격보다 낮으면 반대로 매매하게 된다.
차익거래는 무위험 거래이기 때문에 거래를 위해 조달한 자금의 금리를 웃도는 수익률을 거둬야 하는 만큼 매매시 CD 금리를 활용, 가격을 추산하는 것이다.
그런데 올들어 CD 금리가 오르면서 시장가격이 이론가격을 밑도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결국 차익거래를 통해 선물을 매수하면서 현물을 매도(매도차익거래)하는 상황으로 연결되고 있다.
실제 올들어 지난 12일까지 일별 차익거래가 순매수를 보인 날은 6일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차익거래는 4조2천577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차익거래를 통해 주식을 내다 판 경우가 훨씬 많았다는 것이다.
◇外人 차익거래 '독무대'…시장 변동성 확대
파생상품시장 전문가들은 CD 금리가 크게 올라 매도차익거래로 인한 프로그램매물이 확대될 가능성은 높고 특히 최근 차익거래 시장을 독무대 삼아 외국인이 변동성을 더욱 키울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통상 CD 금리를 이용해 이론가격을 추정하고 차익거래에 나서는 주체가 국내 기관들인데, 작년부터 차익거래에 거래세가 부과된 이후 시장에서 대부분 빠져나갔다.
이중호 연구원은 "지난해 거래세가 부과되고서 국내 기관이 운용하던 차익거래 펀드가 상당수 청산됐다"고 말했다.
현재 차익거래 시장에서 외국인의 거래 비중은 3분의1을 웃도는 37%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국가지자체 투자자로 분류되는 우정사업본부의 비중이 48% 정도에 이르지만 거래세가 부과되지 않기 때문에 다른 국내 기관과는 상황이 다르다.
결국, 외국인과 세금 혜택을 받는 우정사업본부가 85% 이상의 거래를 좌지우지 하는 셈이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본국에서 저금리에 자금을 조달해 차익거래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높은 CD 금리를 적용받는 국내 기관보다 차익거래에 나서기 유리하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국내 기관들은 거래세가 상당한 부담이 되지만 외국인은 이를 금리로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중호 연구원은 "국회에 파생상품에 세금을 물리는 법안이 상정됐는데 이는 국내 기관들의 차익거래 시장 참여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 연구원은 "거래세 부과 면제 혜택을 받는 우정사업본부마저 없었다면 차익거래 시장은 사실상 외국인들만의 리그가 됐을 것이다. 이로 인한 시장 교란 가능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