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일본 대지진과 '로그 트레이더'

입력 2011-03-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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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3월 5일.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민태성 국제부장
네덜란드 금융그룹인 ING가 영국 베어링은행 인수를 발표했다. 인수금액은 단돈 1파운드.

회사의 모든 자산과 부채를 떠안는 조건으로 맺은 계약이었다.

ING가 베어링 인수에 쏟아부은 돈은 9억9000만달러에 달했다.

베어링 인수전에는 당시 투자은행업계의 거물이었던 ABN암로를 비롯해 스미스바니가 물밑작전을 벌였지만 결국 모든 부채를 책임지기로 한 ING가 승기를 잡은 셈이다.

베어링은행은 23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 굴지의 금융그룹으로 1762년 베어링 형제가 설립했다.

유럽 주요국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영국을 대표하는 금융기관으로 자리잡았다.

베어링은행은 영국과 프랑스가 전쟁을 벌이던 1802년 사상 최대 토지 계약으로 기록된 미국의 루이지애나 주 매입 계약시 자금을 빌려주면서 세계사의 한장을 장식하기도 했다.

영국 굴지의 금융기관이 1파운드에 매각되는 치욕을 겪은 것은 태평양 건너 섬나라인 일본 때문이었다.

베어링 싱가포르지점에서 일하던 니콜라스 리슨이라는 직원의 일본 주가지수선물에 대한 투기거래가 실패한 것이 악몽의 시작이었다.

리슨은 싱가포르와 오사카거래소에 상장된 닛케이주가지수선물에 투자하면서 이른바 '숏 스트레들(short straddle)' 전략을 썼다.

풋옵션과 콜옵션을 동시에 매도하면서 일정 범위 내에서 수익을 창출하도록 한 것이다.

리슨의 기대는 그러나 물거품이 된다.

1995년 1월17일 오전 5시. 간사이 지방 효고현에서 진도 7.2의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주식시장이 폭락한 것이다.

일본 3위의 무역항이자 한신공업지대의 중심지 고베에서 발생한 대지진으로 일본 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닛케이지수는 하루 6%에 가까운 낙폭을 기록하는 폭락장세를 나타내면서 베어링에 14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손실을 안겼다.

전체 자본금을 넘어서는 손실 폭탄을 맞은 베어링은 결국 파산에 몰리면서 1파운드에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로그 트레이더(Rogue trader)'. 악덕 트레이더를 뜻하는 말이다. 베어링을 파산으로 몰로간 리슨이 싱가포르 타나메라 교도소에서 복역하던 중 출간한 책 제목이기도 하다.

로그 트레이더란 1980년대 초반 월가의 활황에 힘입어 천문학적인 성과급으로 사치를 임삼던 금융인들을 비꼬는 의미로 생겨났다.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한동안 뜸하기는 했지만 '돈놓고 돈먹기'식 행태를 일삼는 금융권에 대한 비난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일본에서 사상 최악의 지진이 발생했다.

일본은 말 그대로 충격의 도가니로 빠져들었다.

TV에서는 연일 영화와도 같은 쓰나미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정확한 실종자 파악도 힘들 정도란다.

동남아를 휩쓸었던 쓰나미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세계 3위 경제대국이라는 일본마저 자연 재앙에 무너지고 있다.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가 이어지고 앞으로 세계경제에 미칠 파장을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의 대재앙에 잠 못 이루는 또다른 로그 트레이더들도 많을 터. 그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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