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지진] 세계 각국, 원전정책 전면 재검토 움직임

입력 2011-03-15 06:39 수정 2011-03-15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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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방사능 유출로 기존 원전 안전성 의문시

화석연료를 대체할 청정에너지로 주목받았던 원자력 발전이 일본 대지진에 따른 방사선 누출 사태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세계 각국은 최고 수준의 안전 기준을 갖춘 일본의 원전이 극도의 위험에 노출되자 기존 원전의 안전성을 점검하고 추가 건설에 대한 재검토에 돌입하는 등 원전 정책 전반에 대한 방향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독일은 14일(현지시간)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시한을 연장하는 계획을 3개월간 유보한다고 발표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에서 발생한 일은 완전히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됐던 위험도 실제로는 전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면서 "높은 안전 기준과 규범을 갖춘 일본 같은 고도의 선진국이 지진과 쓰나미에 따른 원전의 피해를 막을 수 없다면 전 세계도 마찬가지 결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위스도 이날 오래된 원자력 발전소를 새 원전으로 교체하려던 계획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스위스 연방 에너지청은 "안전 기준에 대한 신중한 재검토가 이뤄지고 새로운 기준이 채택될 때까지 원자력 발전소를 신형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전력 사업 당국의 요청에 관한 일체의 심사 절차를 보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유럽연합(EU)은 15일 역내 원전의 안전성을 점검하기 위한 장관급 회의를 열 계획이다.

EU 집행위원회는 귄터 외팅거 에너지정책 담당 집행위원이 27개 회원국 관련 부처 장관과 원자력 안전 전문가, 원전 가동사 관계자 등을 브뤼셀로 초청, 긴급 현안 회의를 연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도 일본 원전 사고로 ‘스리마일섬’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조 리버맨 상원의원은 지난 13일 CBS의 일요시사 프로그램에 출연, "일본 원전 사고 결과가 최종적으로 규명될 때까지는 미 행정부의 신규 원전건설 허용을 중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해 초 30년 만에 처음으로 조지아주 버크 카운티에 건설되는 새 원전에 대한 83억달러의 대출보증지원을 약속하며 원자력 에너지 개발에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일본에서 일어난 규모 9.0의 강진으로 원자력 발전이 폭발하면서 업계 전문가와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는 1979년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섬에서 발생한 원전 폭발 사고의 악몽이 떠오르고 있다.

1979년 3월 28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스리마일섬에 위치한 원전에서 방사능이 유출된 사고의 영향으로 미국의 원자력 발전 업계는 사실상 얼어붙은 상태였다.

당시 스리마일섬의 가압경수로형 원전 2기 중 2호기에서 핵연료가 누출되면서 인근주민 20여만명이 대피했다. 이후 이 지역 주민 1000명 중 11명이 암에 걸리는 등 높은 암 발생률이 나타났다는 보고도 있다. 이는 미국 원자력발전 역사상 최악의 사고이자 체르노빌 다음의 큰 사고로 기록됐다.

이 사고로 미국 내에서는 원전 증설 반대의 목소리가 커졌다. 미국 원자력 산업도 영향을 받았다. 원자로 7기가 작동을 중지했고 새로운 원자로에 대한 허가가 정지됐다. 손상되지 않은 이 섬의 제1원자로도 1985년까지 작동되지 않았다.

중국도 본토에서 이미 가동 중인 13기의 원전에 27기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었으나 이번 사고로 계획을 재검토하게 됐고 인도에서도 일본에서 방사능 누출 사고 이후 20기에 달하는 자국 원자로의 안전성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중해 연안 두 곳에 원전을 지을 계획인 터키는 과거 대지진을 겪은 경험을 들며 원전 건설에 반대하는 여론이 확산하자 악쿠유 원전을 건설하는 러시아 측에 안전조치를 강화해줄 것을 요청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술 발전으로 원전이 과거처럼 위험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주요 원전 수출국인 러시아는 1986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고 후 원전 건설이 세계적으로 침체기를 맞았던 것을 의식한 듯 위험이 과장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러시아 원자력 에너지 분야 전문가들의 자료에 따르면 일본 원전이 핵폭발을 일으킬 위험은 없다"며 "러시아인들도 절대적으로 안전한 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현재 외국에서 건설 중에 있는 5기를 포함, 모두 30기의 원전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후쿠시마 원전이 제2의 체르노빌 사태처럼 대형사고로 번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아마노 유키야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은 이날 빈에 있는 IAEA 본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후쿠시마 원전의 위기는 1986년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때처럼 인재나 잘못된 설계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상상을 뛰어넘은 거대한 자연 재해때문에 일어난 것"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은 지진이 강타한 뒤 자동적으로 차단됐다며 (방사능 유출같은) 연쇄 반응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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