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두 차례의 폭발사고가 발생하며 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였던 제2의 체르노빌 사태가 되풀이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 원자로에서 지난 12일 첫 폭발이 발생한 후 이틀 뒤 3호기에서도 더 큰 강도로 폭발이 일어난 데다 2호기에서도 15일 오전 폭발음이 들리는 등 일본 전역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2차 폭발 이후 원전의 격납용기는 안전한 상태라는 일본 정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방사성 물질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 긴키대학 원자력연구소의 이토 테쓰오 소장은 "이번 폭발에서의 강력함과 연기의 색깔로 볼 때 콘크리트 토대 부분이 파괴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연기가 상공으로 높게 치솟아 보다 광범위한 영향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일본 원전에서의 방사능 유출이 수개월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으며 워싱턴포스트(WP) 역시 이번 강진으로 인해 원전 인근 지역이 수십년간 거주할 수 없는 곳으로 바뀔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싱크탱크인 왕립국제문제연구소의 말콤 그림스톤 핵에너지 전문가는 "노심이 달아오르면 우라늄 연료를 담는 지르코늄 튜브를 뜨겁게 하고 이는 물과 작용해서 수소를 발생시킨다"면서 "수소가 폭발하면 체르노빌 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체르노빌 사고와 같은 재앙적 수준의 방사선 누출은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아마노 유키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후쿠시마 원전이 제2의 체르노빌 사태처럼 대형사고로 번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유키야 총장은 "후쿠시마 원전의 위기가 지난 1986년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때처럼 인재나 잘못된 설계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 거대한 자연 재해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은 지진이 강타한 뒤 자동적으로 차단됐다"면서 "방사능 유출 등의 연쇄 반응은 없다"고 강조했다.
제임스 라이언스 IAEA 핵시설 안전 책임자도 "현재 후쿠시마 원전에서 원자로의 노심용해가 이뤄지고 있다는 징후가 없다"면서 "원전의 현 상황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