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인삼공사 연수원 땅 '구차한 해명'

입력 2011-03-1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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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평 전부를 사지 않으면 땅주인이 팔지 않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전체를 매입하게 됐습니다”

한국인삼공사 관계자가 경기도 안성에 10만평이 넘는 연수원 부지를 매입하면서 ‘호화판 연수원’, ‘골프장 개발’논란이 거세지자 기자에게 전화로 해명한 말이다. 이 관계자는 “10만평 연수원 부지 중 일부는 연수원 용도로 사용하지만 나머지는 구릉지와 임야가 대부분”라고 털어놓았다.

결국 민간기업의 연수원에 비해 5~10배 넓은 부지를 매입하면서 연수원과는 상관없는 땅을 샀다고 고백한 셈이다. 지난 주 취재가 시작될 때만 해도 인삼공사는 전국의 정관장 가맹점주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교육할 장소가 필요해 10만평을 샀다고 둘러댔다. 1년근부터 6년근 인삼을 모두 재배해 생육과정을 보여주려면 넓은 땅이 필요했다면서 말이다.

이처럼 인삼공사가 말을 바꿔가며 궁색한 변명을 내놓자 민간 기업들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식품업종에 종사하는 한 재무 담당 임원은 실소를 금치 못하며 “전형적인 낭비 사례”라고 지적했다. 기업활동을 하면서 최대한 비용을 줄여가며 회사를 키우고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돌려줘야 하는 기업이 땅 주인의 요구대로 필요없는 땅까지 거액의 비용을 들인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곳 말고도 수도권 일대에는 1만평부터 3만평까지 연수원 부지로 손색이 없는 부지들은 많다. 조건이 좋아 임야와 구릉지까지 포함된 10만평이나 되는 땅을 주인 요구대로 사줬다는 건 비용을 아끼고 이익을 크게 남겨야 하는 기업이 할 말로는 적절치 않다.

1999년에 민영화된 인삼공사가 수백억원의 헛돈을 쓰는 걸 보고 투자자들은 인삼공사가 잘나가던 ‘공기업의 추억’을 붙잡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홍삼이 보약과 비타민을 제치고 건강식품 시장에서 주가를 높이는 것은 알겠지만 이런 연수원을 하나도 아닌 두세개나 더 늘린다는데 KT&G 주주들은 주판알을 두드리며 주름만 늘어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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