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현 주민들이 동일본을 강타한 지진과 쓰나미에 이어 방사능까지 퍼지면서 대탈출을 감행하고 있다.
후쿠시마 국제공항은 도쿄나 오사카 등 방사능 노출 우려가 낮은 지역으로 떠나려는 주민 수백명으로 가득 찬 상태다.
철도와 고속도로가 완전히 끊긴 상황에서 방사능 피폭을 우려해 몸을 피하려는 현지 주민과 지진으로 발이 묶인 외지인 등 인파가 임시편 비행기를 타기 위해 한꺼번에 몰려리면서 공항은 극심하게 혼잡한 상황이다.
후쿠시마 국제공항의 ANA항공관계자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후쿠시마 공항을 찾는 것은 개항 이래 처음”이라고 말했다.
항공권은 커녕 대기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주민 150여명이 공항 로비와 복도 곳곳에서 담요를 깔고 기약없는 ‘노숙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카시(市)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방사능 공포 뿐 아니라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쌍둥이 언니가 사는 나고야로 갈 것”이라며 “하지만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것조차 힘들다”고 말했다.
도쿄 인근의 하네다 공항편에 탑승하던 카와하리 메구미씨는 “운 좋게 도쿄 하네다 공항을 경유해 간사이로 가는 항공권을 구했다”며 “센다이에 있는 남편의 치과 의원이 쓰나미에 무너져 내려 당분간 온 가족이 귀향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공항을 떠나는 항공편은 그러나 모든 주민들을 태우기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현지언론은 전했다.
이날 후쿠시마 공항에서는 삿포로행 4편, 오사카행 11편, 도쿄행 2편 등 총 17편의 항공기가 이륙했다.
원전 폭발이 잇따르면서 공항 등을 통한 ‘후쿠시마 엑소더스’는 지속될 전망이다.
후쿠시마현의 번화 도시 고리야마시(市)는 길을 걷는 시민조차 보기 힘들 정도로 적막하다.
지진 직후부터 수도가 끊긴 탓에 영업을 하는 음식점도 찾아볼 수 없다.
고리야마의 한 주민은 “모든 시민이 예상을 초월한 재앙에 크게 놀랐다”며 “집 밖을 나서는 사람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