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에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생존자들이 여진과 방사능 공포에 떨고 있는 가운데 혹한까지 겹치면서 생존의 설움이 깊어지고 있다.
대지진과 쓰나미에 휩쓸려 쑥대밭이 된 이와테현과 미야기현 등에서는 15일(현지시간) 오후부터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대지진이 발생한 11일부터 피난민 생활을 하고 있는 한 80세 남성은 “추워서 다리 관절이 아프다”며 “앞으로 이 생활이 얼마나 오래 갈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와테현 오쓰지초에서 92시간 만에 구출된 75세 여성도 구조를 기다리는 동안 추위와의 싸움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쓰나미에 휩쓸린 민가에서 구조된 그녀는 숨이 끊어진 남편의 시신과 함께 95시간을 버틴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는 그녀가 저체온증을 보였지만 부상이 가벼워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전했다.
모리오카 지방 기상대는 16일 최저기온은 영하 1도로 예상되며, 지독한 추위는 오는 19일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방사능 공포의 진원지인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이하 원전) 주변에도 추위가 몰려오고 있다.
이날 제1 원전 주변에서는 약한 바람이 계속 불었지만 16일에는 풍향이 바뀌어 강풍이 예상되고 있다.
후지TV는 16일까지 눈이나 비가 내리는 곳이 많으며, 17일에는 강한 한파의 영향으로 동북부의 태평양 연안에서는 북부와 내륙 지역을 중심으로 눈이 내려 한겨울 추위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후지TV는 이 같은 추위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토사 재해와 눈사태 위험성이 높아져 경계가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피해지의 이재민들에게 저체온증에 대한 주의보가 잇따르고 있다.
일본 등산의학회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방한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체온증은 몸 밖으로 빼앗기는 열이 많아 정상 체온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에 발생하는 증세로, 기온이 크게 떨어지지 않아도 영양 결핍이나 과로에 의해서도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지병이 있는 사람이나 어린이에게 주의가 요구된다.
이재민들은 체온계를 구하기 어려운만큼 손발이 차가워지거나 추워서 몸이 떨리면 저체온증의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이 경우 젖은 옷이나 차가운 바닥, 바람이 부는 곳을 피하고 칼로리를 섭취해 에너지를 보충해야 한다고 등산의학회는 전했다.
현재 대지진에 의한 사망 및 실종자 수는 1만명을 훨씬 넘어섰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사망 및 실종자 수는 1만931명, 피난생활은 하는 사람은 43만9000명에 달한다. 지역별 사망자는 미야기현이 1619명, 이와테현이 1193명, 후쿠시마현이 506명 등 12개 도도현에서 3373명으로 집계됐다.
이재민들은 모포와 손전등, 식료품 부족으로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