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발생한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국내기업에도 후폭풍이 밀려오고 있다. 우리 산업의 일본 부품소재 의존도가 높은 만큼 국내 제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16일 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반도체, 석유화학 등 업체는 일본 지진으로 인한 부품소재 수급 문제가 당장 크지는 않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를 대비해 추이를 살피고 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는 반도체의 재료인 웨이퍼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일본 주요 웨이퍼 생산업체인 신예츠와 섬코 등이 이번 지진으로 인해 타격을 입었기 때문.
특히 하이닉스의 공급처 비중을 보면 신예츠 50%, 섬코 15%에 달한다. 하지만 하이닉스 측은 “미국과 말레이시아 공장 쪽으로 주문처를 돌려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다만 물류비용은 소폭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신예츠를 통한 웨이퍼 수입 비중이 10% 정도에 불과해 큰 피해는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문제는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와 LCD 쪽에서 일본에서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재료에 대해선 통상 1개월에서 길어야 2개월 재고물량을 가지고 있는데 아직 현지 현황이 마무리된 사항이 아니라 영향에 대해선 판단하기 어렵다”며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피해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업계의 경우 고순도 테레프탈산(TPA) 원료인 파라자일렌(PX)을 수입하는 삼성석유화학, 삼남석유화학 등은 당장 원료수급에 어려움은 없지만 장기적으로 가격 급등으로 인해 피해가 예상된다. 이번 지진으로 JX니폰오일앤드에너지, 코스모석유, JSR, 미쓰비시 케미칼홀딩스의 북동부지역 공장들이 화재나 정전으로 가동을 정지한 상태.
박계홍 삼성석유화학 구매담당 상무는 “대부분 국내나 중국에서 PX를 수입하고 일본 수입물량은 10% 미만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지만 일본 석유정제시설이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PX가격이 급등하는 등 장기적으로 피해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튬 2차전지의 4대 핵심 소재인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 제조업체들의 경우 지진으로 인해 직접 피해를 입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2차전지 핵심 소재 특히 음극재의 경우 우리나라 업체들의 수입의존도는 99%에 달하고 있으며, 일본으로부터의 수입 비중이 가장 커 전체 필요량의 75% 정도다. 2차전지 업체 역시 사태 장기화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동차업계도 당장 피해는 없다는 주장이다. 현대·기아차는 일본산 부품의 비중이 1%가 채 되지 않아 피해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일본 아이신에서 제공받는 6단 자동변속기 등의 재고를 두달 치 확보해 놓은 상태다.
한국GM은 변속기(자트코, 아이신)와 철강부품을 조달받고 있다. 하지만 해당 업체들이 지진 피해 영향권 밖에 위치하고 있고, 철강부품 역시 코일부품(신일본제철)은 주로 진앙지와 거리가 있는 요코하마항을 통해 들어오기 때문에 부품 조달에 큰 영향은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다만 이들 업체는 일본 지진 여파가 장기화할 경우를 대비해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일본 닛산계열 부품사로부터 변속기와 엔진을 공급받고 있다. 차종별로 다르지만 평균적인 르노삼성의 일본산 부품의 비중은 10~15% 내외. 르노삼성은 해당 부품사들이 일본 중남부에 위치하고 있어 조업에 차질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르노삼성은 일본으로부터 들여오는 부품의 재고를 한 달분 정도로 적게 유지하고 있어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업체의 경우 부품 수급 불균형이 2~3개월 이어지면 직접적인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국내 냉연업체와 조선사들은 일본 철강사에서 국내 연간 철강재 소비량인 약 5000만톤의 20%에 해당하는 규모의 철강재르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수급 불균형을 우려하고 있다. 다만 일본 수입 물량 대신 국내 철강사나 국제 시장에서 일부 추가 물량을 들여올 수 있어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산업계는 이외에 일본내에서 원자력발전소의 폭발과 여진 등으로 물류망이 붕괴돼 수송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