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지진] 후폭풍...핵공포에 '엔고 공포'까지

입력 2011-03-17 09:36 수정 2011-03-17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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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실적 및 결산 차질·당국 환율개입 등 대책 마련 시급

일본 열도를 대재앙의 공포로 몰아넣은 ‘동일본 대지진’의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엔화 값이 달러에 대해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대지진 여파로 신음하는 수출기업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악순환이 리먼 브러더스발 금융 위기에서 겨우 회복 기조에 오른 일본 경제를 장기 침체의 늪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엔화 초강세 = 16일(현지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당 79엔대까지 오른 엔화 값은 17일 오전 도쿄에서는 76엔대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태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일본 금융기관들이 해외 자산을 자국 내로 회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투기적인 엔 매수를 유발한 영향이다.

일본 생명보험사와 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리스크 높은 해외 자산에 대한 투자에 신중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엔화 매수를 부추겼다.

지금까지 사상최고치는 ‘한신대지진’ 직후인 1995년 4월 기록한 79.75엔이었다. 당시에도 피해 보상금 지급을 위한 손해보험사들과 해외 재보험사들의 엔화 매수가 폭주하면서 엔화 값이 폭등했다.

JP모건체이스의 사사키 도루 애널리스트는 “시장은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BOJ)의 환율개입을 경계하면서도 원전 폭발에 따른 불안심리가 강해져 안전자산인 엔화 강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원전 사태로 인해 일본 경제의 회생 가망이 없을 경우 엔화 투매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 당국 환율개입 초읽기 = 엔화 초강세로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BOJ)의 환율개입을 확실시하는 목소리가 높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엔이 달러당 82엔대로 치솟은 작년 9월에 6년6개월 만에 대량의 엔화 매도를 통한 환율 개입을 단행했다.

정부와 일본은행은 도쿄와 런던, 뉴욕 외환시장에 2조엔 이상을 투입, 엔화를 매도해 엔화 자금을 풀고 이를 다시 회수하지 않는 ‘비불태화'(非不胎化)’ 방식을 취했다.

당국의 개입 직후 달러·엔은 84엔 후반까지 상승해 환율 개입은 단기적으로 효과를 발휘했다.

당시는 글로벌 환율전쟁이 한창이었던 만큼 미국과 유럽은 자국 수출기업들의 경쟁력을 위해 엔고를 방치했다.

그러나 현재 일본은 대지진 여파로 지원이 시급한 상황. 미국·유럽의 협조는 기대하기 어려워도 일본의 단독 환율 개입은 눈감아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본은행은 이번 대지진 발생 이후 3일 연속 사상 초유의 대규모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했다. 금융기관의 예비자금을 보강하기 위한 차원에서다. 14일에는 21조8000억엔, 15일에는 20조엔, 16일에는 13조8000억엔 등 총 55조6000억엔(약 800조원)을 공급했다.

◆ 기업ㆍ정부 비상 = 엔화 고공행진에 설상가상 수출 기업들이 역풍을 맞고 있다. 대지진 여파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조업을 중단한 가운데 그나마 가동을 계속하는 기업들의 고충을 늘리고 있다.

엔화가 달러당 1엔 오르면 도요타자동차의 영업이익은 연간 300억엔, 혼다는 170억엔, 소니는 20억엔 감소한다. 도요타는 일본 내 모든 공장의 가동을 22일까지 중단키로 했다고 발표, 감산 규모는 1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닛산과 스즈키는 각각 20일과 21일까지 공장 가동을 멈추기로 한 상태다.

상황이 최악의 사태로 치달으면서 이달 말 끝나는 2010 회계연도 결산을 앞둔 기업들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공인회계사 협회는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으로 결산 작성이 불가능한 기업에 대한 지원을 위해 금융청과 도쿄증권거래소와 긴급 회동을 갖기로 했다.

기업들은 결산 시 합리적인 추측에 근거해 손실을 계상했지만 현재 대지진으로 인한 피해 규모를 정확히 집계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협회는 결산서 작성을 위한 실무 지침을 마련해 배포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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