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7년 흑백TV용 브라운관이 처음 발명됐고 1980년경 우리나라에 컬러TV가 보급되기 시작했다. 불과 반세기도 안 돼 TV는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TV 시장규모는 지난해 2억4357만대 규모에서 4.3% 성장해 올해 2억5415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방송 카메라는 우리 사회의 비리와 부조리를 들춰내는 강력한 무기가 됐다. 카메라를 비추면 읽혀지지 않던 책도 베스트셀러가 되고 10대의 패션도 하루 아침에 바뀐다. 카메라가 출동하면 재벌과 권력기관도 바짝 긴장할 만큼 영향력이 커졌다.
지상파 방송의 TV 수신료는 매달 전기요금에 포함돼 자동 징수될 만큼 공공재로 자리 잡았다. 일반 가정의 경우 대부분의 시청자는 하루에 약 4시간을 TV 시청에 소비한다. 수면시간 8시간, 근로시간 8시간이라고 했을 때 나머지 8시간의 절반을 텔레비전 시청에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인간이 TV에서 벗어나게 되면 말초적인 오락이 아닌 인간과의 만남, 인간적인 감성의 회복, 개성적인 탐구행동, 삶의 실질적인 경험을 얻게 될 것이라 입을 모았다.
흔히들 TV가 책을 빼앗아 갔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TV가 우리 삶에서 없어질 경우 인쇄매체가 살아나게 될 공산이 크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0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의 연평균 독서율은 2009년보다 6.3%포인트 감소한 65.4%로 집계됐다. 10명 중 3명꼴인 35%의 성인은 일 년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텔레비전이 없다면 사람들은 여가 시간에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재미를 대신할 대체물을 찾을 것이고 자연스럽게 책과 신문 등의 인쇄매체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또한 TV 뉴스가 없다면 이것을 대신해 훌륭히 보도해 줄 또 다른 미디어를 찾게 될 수 있다. 만약 모든 텔레비전 방송이 사라지고 단지 통신체제만을 유지한다면 중앙집권적 통제의 영향이 축소되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TV의 또 다른 기능은 광고 전달 기능이다. 한 마디의 광고 문구로 모든 이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 TV의 위력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10년 방송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지상파 방송의 매출액은(방송사업수익 기준) 총 3조2487억원이며 2010년 11월까지 지상파 광고 시장은 전년대비 16.3% 증가한 1조9990억원을 기록했다.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을 변화시키는 데 강력한 힘을 가진 미디어를 필요로 했고 그것을 가장 충족시켜 준 것이 바로 TV였다. 사람들은 헤어드라이나 다리미가 발명되기 전에는 이것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지만 광고를 통해 그것을 필요로 하고 소비하게 됐다.
TV 광고가 없다면 기업들은 또 다른 대체 미디어를 찾을 것이다. 24시간 휴대 가능한 모바일 광고가 지금보다 더욱 각광을 받게 될 수도 있다. 또 TV 광고에 들어가는 마케팅 비용이 줄어들어 모든 제품의 가격이 저렴해질 수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만약 TV가 없다면 사건, 사고의 사회적 파급효과가 지금보다 훨씬 덜 할 것이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울 것 같다”면서 “영상 매체가 없는 대신 오랫동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신문이 독자의 신뢰를 회복해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업들은 TV 광고를 하지 못해 제품의 판로를 잃고 이윤도 떨어질 수 있으며 특히 유행에 민감한 패션업계에 큰 타격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