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에 빠진 ‘이재오’

입력 2011-03-1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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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은 ‘답보상태’·‘권력게임

“요즘 뭐 하나 되는 게 없다” 차기 잠룡으로 분류되는 이재오 특임장관을 두고 여권 특히 친이계에서 종종 튀어나오는 말이다. 이 장관이 그토록 외쳐댔던 ‘개헌’은 답보상태이며, 권력투쟁에선 번번이 밀리기도 했다. 18대 국회 들어 이 장관이 ‘서민 주거안정 이라는 첫 정책 화두를 던졌지만 정치권이 아닌 시민들에 된서리를 맞는 등 팔을 뻗는 곳 마다 벽이다.

◇물 건너간 개헌=지난 17대 대선과정에서 ‘대운하 전도사’로 불렸던 이 장관은 와신상담 끝에 7.28재보선을 통해 여의도에 복귀한 뒤 ‘개헌 전도사’로 옷을 갈아입었다. 이 장관은 정초부터 당내 의원들을 일일이 접촉하면서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해왔지만 당 안팎의 반대로 벽에 부딪치기도 했다. 이 장관의 ‘개헌 드라이브’의 이면에는 ‘친이계의 세(勢) 결속을 통한 박근혜 무력화’가 자리잡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정설이다. 차기 잠룡으로 꼽히는 이 장관이 친이 결집을 통해 ‘박근혜 대항마’로 공간을 넓히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여졌던 것이 사실이다.

우여곡절 끝에 당내 논의의 장(場)이 마련되긴 했지만 당 안팎으로 외면당하면서 개헌 논의는 현재로선 답보상태다. 게다가 물가폭등·전월세대란·구제역파동으로 ‘개헌’은 권력자들의 ‘배부른 소리’로 치부됐고, 갑작스레 몰아닥친 일본 대지진은 개헌을 쓰나미처럼 삼켜버렸다. 당내 한 관계자는 이를 두고 “개헌이 이미 사산(死産)되는 게 아니냐”고 평가하고 있다.

◇‘형님’에 도전하지만=여권내 권력투쟁을 얘기할 때 이 장관과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은 빠지지 않는다. 정권 창출의 일등공신인 ‘이재오-이상득’이었지만 양측은 당 장악과 권력 2인자를 놓고 막후 혈투를 벌여왔다.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당장 4.27재보선 경기분당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이재오-이상득’ 신경전으로까지 비쳐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 장관은 분당 출마에 정운찬 전 총리를 염두에 두고 있지만 이상득 의원의 핵심측근으로 알려진 임태희 대통령 실장은 강재섭 전 의원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 등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재오-이상득’ 간 파워게임으로 해석되고 있다. 앞서 ‘정동기 파문’도 양측간 권력게임 일환이었다는 게 정설이다. 정동기 전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당 지도부의 ‘자진사퇴’ 요구는 이 장관과 안상수 대표가 당시 인사를 주도한 임 실장을 비롯해 이 의원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던 것. 앞서 지난 18대 총선과정에선 이 장관이 정두언 의원과 함께 ‘55인 서명’ 파동을 주도했다 ‘귀향길’에 오르기도 했다. 지금껏 과정에서 승자는 늘 이 의원이었다.

◇여의도 복귀, 첫발부터 ‘삐그덕’= 당내 대권주자로 꼽히는 이 장관은 최근 ‘서민주거안정’이라는 화두를 정치권에 던졌다. ‘한국형 복지’를 들고 나온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정책적 대결이라는 평가다. ‘정책 전도사’로서 또 다른 이미지 구축에 나서고 있지만 이 장관의 첫 공청회는 지역민들의 항의시위로 처음부터 파행을 겪는 등 쉽지 않은 노정에 처해 있다. ‘서민주거안정’이라는 화두를 통해 ‘당권이든, 대권이든’ 여의도 복귀의 발판으로 삼고자 했던 이 장관의 계획이 어긋남에 따라 그의 고민은 한층 깊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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