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를 필두로 한 서방 5개국이 19일(현지시간) 리비아에 대한 군사행동을 본격화면서 리비아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다국적군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의 결의안에 따라 리비아 방공망을 무력화하기 위한 군사공격을 단행했다.
하지만 러시아 등 일부 국가들은 서방의 개입으로 아랍권의 극단주의를 키울 수 있다며 이번 군사개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다국적군 '오딧세이 새벽' 공격 단행...'오디세이 새벽'으로 명명된 이날 작전은 파리에서 열린 리비아 사태 관련 주요국 회의 직후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군사행동 개시 선언으로 시작됐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리비아 관련 주요국 회의를 마친 뒤 "카다피 원수가 국제사회의 최후통첩을 무시했다"면서 "리비아에 대한 군사행동이 개시됐다"고 선언했다.
프랑스 국방부는 프랑스군 미라주 전투기 등이 카다피군의 군용차량에 조준 사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대변인은 프랑스군이 미라주와 라팔 전투기를 벵가지 등지로 출격시켰다며 비행금지구역에 진입하는 항공기는 격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알-자지라도 소식통을 인용, 벵가지 남서부에서 프랑스군 전투기가 카다피군 탱크 4대를 파괴했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과 영국 해군은 지중해상 군함에서 총 110여 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 리비아의 방공 시설 20곳을 타격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군의 리비아에 대한 제한적 군사적 행동을 승인했다.
브라질을 방문 중인 오바마 대통령은 19일 성명을 통해 "미국과 영국 등의 리비아를 향한 크루즈 미사일 공격은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지도자의 폭력적 진압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카다피를 겨냥해 "행동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방부 고위 당국자에 따르면 미국은 지중해의 해군 함정에서 리비아 해안을 향해 미사일 공격을 진행 중이다.
공격은 수도 트리폴리와 반군 거점인 벵가지 주변의 방공망 시설을 주로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미 해군 잠수함 3척을 포함해 연합군 함정 25척이 지중해에 배치돼 있다.
윌리엄 고트니 미 해군 중장은 미국과 영국 함정들이 리비아내 20곳을 목표로 크루즈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고 설명했다.
다국적군 관계자들은 트리폴리 인근 해안에 위치한 리비아 방공망이 상당한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국적군은 20일 오전 트리폴리에 대한 공습을 감행해 이 가운데 일부 포탄은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관저인 `바브 알-아지지야' 인근에도 떨어졌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리비아 정부군도 이에 맞서 대공화기로 응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다피, 결사항전 선언...카다피는 프랑스와 영국, 미국을 중심 연합군의 리비아 군사작전을 '식민지 침탈 공격'이라고 비난하며 결사항전을 선언했다.
카다피 국가원수는 이날 리비아 국영TV를 통해 방송된 전화연설에서 "서방 국가의 군사행동이 식민지 침탈적 공격 행위이자 야만적이고 부당한 침략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제사회에 대한 항전 의지를 강력히 표명했다.
카다피 국가원수는 "서방 국가들의 공격으로 자국 내 군사 목표는 물론 민간인까지 위험에 노출됐다"며 "리비아 정부는 회원국의 자위권을 보장한 유엔헌장 51조에 따라 자국을 수호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카다피 지지자들도 이날 다국적군의 공습이 시작된 이후 서방 전투기가 공습할 가능성이 있는 주요 시설물에 모여 인간방패를 자처했다.
수백명의 카다피 지지자들은 이날 국제공항과 카다피 관저, 군사시설이 모여 있는 트리폴리 복합단지 주변으로 몰려들어 리비아 국기를 흔들고 카다피 초상화를 들고 구호를 외치며 항전 의지를 다졌다.
국영TV는 트리폴리 교외의 한 병원이 폭격 피해를 당했고 카다피 고향인 시르테와 벵가지, 미스라타, 주와라가 공격을 받았다면서 "민간지역"에 대한 다국적군의 크루즈미사일 공격과 공습으로 적어도 48명이 사망하고 150명이 부상했다고 주장했다.
◇아랍권 극단주의 불 지피나?...이번 서방 주도의 군사적 개입이 중동 아랍권에 역효과를 불러 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와 베네수엘라 등 일부 국가들은 프랑스와 영국 등 서방 강대국들이 19일 감행한 대(對) 리비아 군사개입을 비판하고 나섰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대변인 성명을 통해 "성급하게 채택된 유엔 결의 1973호에 의해 이뤄진 (다국적군의) 군사개입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 역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리비아의 석유를 빼앗고 싶어한다"면서 다국적군의 군사개입을 강하게 비난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리비아 내전에 다국적군의 군사개입까지 겹쳐 리비아 민간인들이 큰 위험에 처했다고 우려했다.
ICRC는 이날 성명을 통해 "리비아 정부군과 다국적군, 반정부군을 포함한 모두에게 국제인권법을 철저히 준수할 것"과 ICRC가 치료를 위해 현지 부상자들에게 안전하게 접근하는 것을 허용할 것을 요청했다.
아프리카 53개 국가가 회원국으로 가입한 아프리카연합(AU)은 미국, 영국, 프랑스가 주축이 된 다국적군의 리비아 공격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AU는 서아프리카의 모리타니 수도 누악쇼트에서 4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 끝에 서방국가의 대(對)리비아 무력개입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서방의 군사적 개입은 지난 2003년 발발한 이라크 전쟁처럼 아랍권에 오히려 극단주의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라크전쟁 착수 당시 미국은 대량파괴무기(WMD) 제거, 알-카에다 등 테러리즘 근절 등을 전쟁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WMD는 발견되지 않았고 알-카에다 세력은 여전히 건재한 상황이다.
브루킹스연구소 도하사무소의 이브라힘 샤르키 부소장은 최근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라크 사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함에 따라 너무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며 "아랍권은 이라크전쟁 경험 때문에 (서방의) 군사개입에 특별히 민감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