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핫핫핫] 일대지진, 유통업계도 희비 갈려

입력 2011-03-21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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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지진이 발생한지 벌써 열흘이 다 되어갑니다. 지진이라는 대재앙을 놓고 증권시장에서는 지진관련주, 지진수혜주라며 남의 불행으로 급등하는 종목들이 속출하는 등 반사이익을 얻는 기업들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일본 대지진 이슈로 유통업계에서도 가장 큰 반사이익(?)을 얻은 기업들은 설탕을 만드는 제당업체들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업계 1위인 CJ제일제당은 일본 대지진이 발생했던 지난 12일 오후 전격적으로 설탕 공급가를 평균 9.8% 올린다고 발표했습니다. 며칠 후 곧바로 삼양사와 대한제당도 평균 9.9%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그래도 정부의 서슬퍼런 칼날이 무서웠는지, 기존에 가격인상을 단행할 때에는 아예 발표를 하지 않거나 짧게 보도자료를 배포했지만 이날 만큼은 설탕값 인상이 제과 제빵 등의 가격인상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며 분석 자료까지 보냈습니다.

일본 대지진이라는 거대 이슈가 없었다면 아마 설탕값 인상에 따라 가공업체로의 도미노 인상이 예상된다며 신문 지면이나 방송에서 씨끌벅적 했을 겁니다. 덩달아 정부의 압박도 계속됐을 겁니다. 일본 원전 사태, 리비아 사태 등 물가 안정에 우호적인 이슈가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에 설탕값 인상은 물가인상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일본 대지진은 설탕값 인상에 따른 제반 영향에 대한 향후 전망이나 분석을 가능하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업체가 때를 맞춰 발표시기를 의도하진 않았지만 국제 원당값 인상에 따른 설탕값 인상은 시장 순리대로 흘러간 모양새가 됐습니다.

반면 아기들이 먹는 분유에 식중독균이 검출됐다고 발표한 정부에게 절대 검출될 수 없는 균이 나왔다며 반발했던 매일유업은 지진으로 인해 해명기회를 잃어버렸습니다. 자체 검사와 11개 외부 공인기관에 맡긴 실험결과가 ‘불검출’로 나왔지만 이 또한 일본 대지진에 묻혀 그다지 조명받지 못한 것입니다. 회사측은 이 기간 동안 매출의 평균 70~80%가 하락했지만 해명 이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후문입니다.

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비상이 걸린 곳도 있습니다. 바로 카메라를 판매하는 온라인몰이나 전문 상가입니다. 캐논이나 니콘 등 일본산 카메라의 수급이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입니다. 지난 18일 만난 홈쇼핑 관계자는 “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온라인 몰이나 홈쇼핑 등에서는 일본산 카메라 구하기 전쟁이 벌어졌다”며 “3월에는 어느 정도 판매할 수 있겠지만 4월에는 없어서 못파는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습니다.

원전 사태로 인해 일본산 먹거리에 대한 우려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수돗물과 지하수가 오염되지 않았을까 하는 우려에 지난해 수입맥주 1위에 올라섰던 일본산 맥주 유통업체들은 약간 걱정의 눈빛을 보이고 있습니다. 거대한 자연 재앙 앞에 주판알을 튕기며 손익을 따져봐야 하는 현실이 낯두껍지만, 그래도 우리의 경제활동은 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 어쩔 수 없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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