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영 한나라당 강원지사 예비후보와 PD수첩 간 ‘악연’이 정치권으로 확산됐다. MBC 사장 출신인 그가 자신이 몸담았던 자사의 대표적 시사프로그램인 ‘PD수첩’에 대해 연일 고강도의 발언을 쏟아내자 MBC는 물론 야권까지 일제히 비난에 나선 것이다.
발단은 22일 보도된 엄 후보의 본지 인터뷰 내용이었다.(22일자 본지 6면 참조)
엄 후보는 이날 인터뷰에서 “그렇다면 (PD수첩이) 흠결이 없는 프로그램이었다고 얘기할 수 있나. 몇 가지는 굉장한 오류였다”면서 “MBC도 책임 있는 언론으로서 잘못 없다는 식으로 말해선 안 된다. 솔직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엄 후보는 그러면서 “대법원 판결도 난 만큼 이젠 좀 (논란을) 정리할 때가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당시 PD수첩과 법정공방까지 벌인 정부여당을 향해서도 “PD수첩은 언론의 비판적 기능을 위해 (미국산 수입쇠고기) 검역조건 등을 점검한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면 정부에서도 그렇게 봐 줘야지, 몇 개 흠결이 있다고 온통 PD수첩에 뒤집어씌우는 것은 바른 태도가 아니다”며 “한나라당이나 MBC, 둘 다 문제가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본지 보도 직후 이근행 MBC 노조위원장은 “선거전을 위한 정치공세”라며 “엄 후보가 PD수첩을 자꾸 거론하는 것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확고히 하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고 규정했다. 그는 이어 “도대체 PD수첩이 저질렀다는 굉장한 오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서 “대법원 판결문을 보면 방송내용은 정당했고, PD수첩은 문제가 없다는 게 확실한 팩트”라고 반박했다.
야권도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전현희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오직 선거 당선만을 위해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을 부정하고 정체성을 뒤집는 엄 후보에게 서글픔이 느껴진다고”고 말했고, 김현 부대변인은 ‘정치신인 엄기영씨의 좌충우돌 쇼 어처구니없다’는 논평을 통해 “터무니없는 허위사실을 주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도대체 왜 그렇게 PD수첩을 걸고넘어지나. MBC를 사장시키면서까지 이명박 정권에 충성서약을 하고 싶은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고, 강상구 진보신당 대변인은 “굉장한 발언”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뒤 “정작 정리해야 할 것은 엄기영씨 자신”이라고 쏘아붙였다.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투데이’에 보도된 엄기영씨의 발언은 그의 대표 멘트처럼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면서 “언론인으로서의 자기부정을 넘어 공정방송을 위해 노력해온 MBC 구성원 전체를 욕되게 하는 모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유 의원은 이어 “이번 보도를 통해 언론독립에 대한 기본적 철학도 없음이 극명히 드러났다”면서 “자기 정체성마저 부정하는 엄기영씨가 얼마나 소신 있는 정치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본선 맞상대로 유력한 최문순 후보도 발끈했다. 최 후보 측은 “MBC에 이어 한나라당, 심지어 이명박 정부까지 비판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체성이 없다는 것을 똑똑히 확인했다”고 말했다. 최 후보 측은 또 한나라당행에 대한 민주당의 비난이 자가당착이자 어불성설이라는 엄 후보 주장에 대해서도 “자신의 잘못된 처신으로 배신감을 갖게 된 이들에게 할 말이냐”면서 “인터뷰에선 ‘MBC 조직을 지키기 위해 사장직을 버렸다’고 하지만 결론적으론 후임 김재철 사장으로부터 월 1천만원의 급여와 활동비, 자동차와 기사를 제공 받는 등 사실상 거래를 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의혹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