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官]우리 시대의 공무원을 論하다

입력 2011-03-2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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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동·무사안일…만연한 ‘불신의 늪’

‘영혼이 없는…, 철밥통, 무사안일, 복지부동, 군림, 有권한-無책임, 부패의 온상…’

‘국민의 머릿속 검색창’에 ‘관’(官) 또는‘공무원’이란 단어를 입력하면 이 같은 ‘연관 검색어’가 뜨지 않을까.

사업 인·허가는 물론 단순한 업무 때문에 관청을 상대해본 국민들의 공무원을 보는 시선과 뇌리에 떠올리는 관(官)의 위상과 모습은 복잡· 미묘하다.

‘관’은 국민을 위해 일하지만 이런 복잡·미묘한 시각 탓에 국민들은 ‘관’에게 ‘수고한다’는 한마디에도 인색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영혼도 없고, 무사안일하고, 부패하기 쉬운 ‘관’이 되고 싶어한다. 특별한 과오만 없으면 정년이 보장되는 등 직업이 안정된데다, 국가의 정책을 다루고,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애(愛)와 증(憎)이 교차하는 것이 ‘관’을 보는 백성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국민이 보는 官…불신의 바다= 최근 정부가 공직사회의 ‘눈먼 돈’으로 불리는 시간외(근무)수당 폐지 작업에 본격 착수하자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공무원들의 시간외 수당은 공직 사회의 눈먼 돈이라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는 등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실제로 별로 할 일이 없는데 윗사람이 남아 있기 때문에 줄줄이 ‘일 없는 야근’을 하고, 하위직은 창의적 정책 개발이 아닌 비효율적 회의와 보고 서류 준비에 시간을 허비하는 공무원들의 업무태도가 오히려 국민들에게 익숙하다.

정나래 환경운동연합 간사는 “관료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공무원의 복지부동과 이로 인한 부당한 민원거부 및 지연처리가 기업 및 국민 불편을 가중시키고 국가경쟁력과 행정 신뢰도를 크게 훼손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무소홀, 처리지연, 소신결여, 책임회피, 변화거부, 보신주의 등 행동하기를 꺼리고, 비난을 피하고 거부하는 모든 복지부동 행태의 밑바탕에는 무사안일에 얽매인 수동적이고 책임회피적인 근무태도와 자리보전 욕구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기업이 보는 官…전봇대 뿌리는 깊다= 올초 이명박 대통령은 30대 대기업 총수와 경제단체장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성장과 일자리창출을 위한 재계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했다. 이에 재계는 수십조원의 야심적인 투자와 고용확대로 화답했다.

이 모임을 전후해서 재계가 받은 스트레스는 적지 않았다. 청와대의 주문에 최대한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안되는 관의 속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로 포장된 관치경제 명을 거역하기에는 회사의 명운이 절실했던 것이다.

한국 경제가 지난 60여년에 걸쳐 산업화를 이끌면서 기업과 ‘관’은 ‘정경유착’이라 불릴 정도로 끈끈한 관계를 맺었으나, 그것은 갑(甲)과 을(乙)의 일방적인 관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 입장에서 바라보는 ‘관’은 사업 인·허가에서부터, 기업의 생존권을 쥐고 있는 권위 그 자체다. 그 권위는 요즘 새로이 고개를 들고 있는 ‘관치’(官治)로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2008년 1월21일. 전남 영암군 대불산업단지 도로의 전봇대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인수위원회 간사단 첫 회의에 참석해 기업들의 투자를 막는 규제와 탁상행정을 질타한 지 이틀 만에 5년 동안 산업단지 입주기업들을 괴롭혔던 전봇대가 사라진 것.

이후 전봇대는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지 않는 탁상행정의 전형, 규제완화에 미온적인 보수행정의 상징이 됐다. 또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의 광범위한 규제 개혁은 전봇대 뽑기로 표현됐다.

이명박 정부가 반환점을 돈 지금 산업 현장의 ‘전봇대’는 말끔이 뽑혀진 걸까. 현장의 답은 ‘NO’다. 출범한 지 3년이 지난 지금 전봇대가 정부의 관심에서 멀어졌다는 게 재계 안팎의 시각이다. 변화를 외쳤지만 ‘관’을 보는 기업의 시각은 변함이 없다.

◇官이 보는 官…“동네북도 우리만큼 서럽진 않다”= 최근 관료 사회에 불고 있는 ‘경쟁과 효율’에 대한 공직사회의 인식은 ‘관’이 ‘관’을 바라보는 시각의 단면이다. 지금껏 입을 다물고 있던 관료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수십년 간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공무원 사회가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양새다.

서울 강남구청 사회복지과에서 근무하는 L씨는 “민선 5기 지자체 출범 이후 ‘무능 공무원 퇴출’ ‘성과 기준 신인사제도’는 그 문구의 자극성만큼이나 충격으로 다가왔다”면서 “성과연봉제 도입 방침으로 ‘공무원=철밥통’이라는 개념도 사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변화 요구에 대한 공무원들의 태도는 크게 상반된다. ‘장기적으로 공무원의 경쟁력을 키울 것’이라는 전망과 ‘공조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테러이며,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곧 유야무야될 것’이라는 의견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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