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롯데백화점 '1억 연봉' 탈선 사고

입력 2011-03-23 11:00 수정 2011-03-2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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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에 대한 중압감이 그렇게 컸을까. 롯데백화점이 판매실적이 좋은 직원에게 1억원의 연봉을 주겠다며 기획한 ‘1억 CMD(선인상품기획자)’ 프로그램이 도마위에 올랐다. 올해 수상자로 선정된 7명 가운데 한명이 납품업체에 재고를 떠넘기고 다 팔린 것처럼 보고해 실적을 부풀린 것으로 밝혀졌다.

‘1억 CMD’는 직원들의 동기 부여와 경쟁의식 고취를 위해 지난해 2월 롯데백화점이 업계 최초로 도입한 ‘실적중심’의 제도다. 기존 과장급 MD 연봉이 5500만원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4500만원 가량을 인센티브로 받을 수 있는 파격적인 대우다.

그런데 롯데백화점이 야심차게 준비한 ‘1억 연봉’제도가 화를 불렀다. 여성의류를 담당하는 한 CMD가 자신이 맡은 상표의 제품이 모두 판매되지 않았는데도 ‘100% 팔렸다’고 허위 보고해 이른바 ‘100% 완전 판매 신화’를 만든 것이다.

입점업체는 물량을 다 팔지 못했는데 CMD의 압력 때문에 전부 자신들이 되사는 식으로 다 떠안았다. 회사 관계자는 “성과를 내려다보니 과도하게 욕심을 낸 것 같다 ”며 “징계위원회에 넘겨 징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올해 ‘신동빈 호’의 닻을 올리며 롯데그룹은 파격적인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짠돌이’롯데가 ‘통큰’보상을 하며 기획한 ‘1억 CDM’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급격한 변신이 부작용을 낳았고, 이번 사건은 결과론이긴 하지만 ‘단기실적주의 중심의 문화가 낳은 예고된 사고’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롯데백화점은 ‘1억 CDM’제도를 도입하면 자사 상품력이 한단계 성장, 상품 차별화를 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과도한 목표중심의 실적주의 제도의 덫에 스스로 걸려들었다. 평가를 잘받기 위해 대기업이 일방적으로 중소기업에 이익을 저해하는 ‘겉치레 실적주의’에 빠진 것이다.

일한만큼 보상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갑’의 이익을 위해 ‘을’이 희생하는 방식이라면 안하느니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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